
용인에 사는 주부 강모(56·여)씨는 최근 가계지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장 보는 횟수를 줄이고 창고형 매장을 주로 이용한다. 사업자를 주 고객층으로 하는 창고형 매장 특성상 가격은 다소 저렴하면서 대용량 제품들이 많기 때문이다.
강 씨는 "집 앞에 위치한 백화점 식품코너를 줄곧 이용했지만 한 푼이라도 더 아끼자는 생각에 창고형 매장 회원으로 가입했다"며 "장을 자주 볼수록 지출이 늘어 요즘에는 양이 좀 많아도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불황이 장기화될 수록 창고형 매장에는 소비자가 더 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한해 '가성비'가 유통업계의 화두로 떠오르는 등 '불황 속 합리적 소비'를 원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저가의 대용량 품목이 중심인 창고형 매장은 오히려 호황을 누리고 있다.
27일 대표적 창고형 매장인 이마트 트레이더스에 따르면 최근 4주간(11월 29일~12월 26일) 매출 증가율이 전년 대비 20% 이상을 기록하는 등 두자릿수 신장을 이뤄냈다. 특히 청탁금지법 등의 영향으로 외식이 줄어들면서 신선식품과 가공식품은 각각 40%, 30% 이상 급증하며 전체적인 성장을 견인했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코스트코와 롯데 빅마켓 등 다른 창고형 매장도 주말이면 고객들로 붐비는 등 불황 속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주부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카페와 블로그 등 커뮤니티에는 창고형 매장의 인기 품목에 대한 정보공유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들 커뮤니티에서 에어 프라이어·믹서기 등 소형 가전이나 라텍스·패딩·스트링 치즈 등 이른바 가성비가 좋기로 소문난 제품은 글 게재 이후 하루 만에 물량이 동나기도 한다.
한 창고형 매장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최대한 양이 많은 제품을 최대한 저렴하게 구매하려는 이들이 늘어나기 때문에 창고형 매장의 매출은 오히려 증가한다"며 "불황으로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역신장하더라도 창고형 매장에는 남의 집 얘기나 다름 없다"고 말했다.
/신선미기자 ssunm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