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공장 작업장에서 목매
유가족 "내용 비공개" 요청
검찰소회·가족 미안함 담겨
"직원들 잠재적 범죄자 취급"
노조 "장기 수사에 압박감"


한국지엠 노동조합이 채용비리 사건으로 7개월째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노조의 한 대의원이 작업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숨진 대의원이 남긴 유서에는 검찰수사와 관련된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확인돼 파장이 예고된다.

5일 오전 5시 50분께 인천 부평구 청천동 한국지엠 부평공장 작업장에서 노조 대의원 A(55)씨가 목을 매 숨진 것을 동료 직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생산직 근로자인 A씨는 전날 야간 근무 뒤 작업장에 혼자 남아있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서 발견된 2장의 유서에는 가족에 대한 미안한 심경과 함께 이번 검찰수사에 대한 소회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유서 내용은 유가족이 공개를 하지 말라고 간곡히 요청해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인천지검 특수부는 지난해 5월부터 한국지엠 노조 간부들이 도급업체 비정규 직원들로부터 금품과 함께 정규직 채용을 청탁받고 인사에 개입한 사건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지금까지 채용비리와 각종 이권 사업 비리혐의로 한국지엠 노사 간부 10여 명을 재판에 넘겼다.

또 2012년 이후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정규직 470여 명 전원을 수사대상으로 지목하고, 자수자에 한해 선처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A씨가 채용 비리에 연루됐는지는 알 수 없으나 한국지엠 노조 측은 A씨의 사망이 이번 검찰수사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실제 지난달에도 전직 노조 지부장 B씨가 검찰수사에 대한 압박감을 이기지 못해 가족들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편지를 남기고 잠적했다가 검찰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B씨가 자수했음에도 추가 혐의와 도주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했다.

한국지엠 노조의 한 관계자는 "유서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확실한 것은 A씨의 죽음이 결코 가정이나 개인적인 문제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라며 "현재 검찰수사가 장기화하고 한국지엠 노조 간부와 대의원, 신입사원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는 것 때문에 압박감을 느낀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아무리 결백하다고 해도 누구 한 명 검찰에 의혹을 제기하면 조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 현장 분위기가 말이 아니다"고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숨진 노조 대의원은 인천지검에 자수한 바 없고, 수사대상이 아니라 소환조사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김민재·윤설아기자 k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