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3차 암관리종합계획 본격화
정서적 지원·삶의질 향상에 초점
'인천 암센터' 치유프로그램 활발
함께 웃고 떠들며 병마 고통 해소

다행히 이들이 5년 이상 생존할 확률도 매년 증가해 최근에는 사상 처음으로 70%를 넘어섰다. 따라서 '걸리면 죽는다'는 암에 대한 인식도 서서히 바뀌고 있다. 정부는 이런 인식변화에 발맞춰 올해부터 인천지역 암센터를 포함한 전국 각 지역 암센터와 함께 '제3차 국가암관리 종합계획 사업'을 본격 시행한다.
경인일보는 최근 급변하고 있는 암관리 정책과 인천지역 암환자를 중심으로 한 지역 암실태 등을 3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 주
이명선(62·여)씨는 암 선고를 받았던 2014년 겨울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가슴 부위가 간지러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동네 병원을 찾았던 이씨는 일주일 뒤 큰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다는 의사의 전화를 받았다. "별일 아니겠지"란 말을 마음속으로 수천 번 되뇌며 가천대 길병원을 찾은 그는 정밀 검사후 유방암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이씨는 "의사의 말을 듣는 순간 멍하니 몇 분간을 그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만 흘렸다"며 "남편과 딸들의 얼굴이 제일 먼저 떠올랐고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했다"고 말했다.
이후 이어진 수술과 수개월 간의 항암치료. 그가 암과 싸우며 가장 힘들었던 것은 육체적 고통이 아니라 문득문득 떠오르는 죽음에 대한 공포였다. 길을 걷다가도, 잠을 자다가도 불현듯 떠오르는 '죽음'이란 단어는 항상 머릿속을 맴돌았고 우울증으로까지 이어졌다.
수개월 전까지 병마와 싸우며 이런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던 그의 삶은 지금 완전히 바뀌어 있다. 암은 불행의 시작이 아니라 또 다른 희망이었다고 말할 만큼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암을 완전히 극복한 상태다.
이 씨는 수술 잘하는 명의나 최신 항암치료제가 아니라 바로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암환자들이 나를 이길 수 있는 희망의 씨앗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암환자들의 정신적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인천지역 암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비슷한 처지의 암환자들과 만날 수 있었다.
이곳에서 그들과 함께 웃고 떠들며 서로의 아픔까지 보듬어 주는 '제2의 가족'을 만날 수 있었고, 각종 치유 프로그램에도 참여하며 머릿속에 맴돌던 죽음의 공포를 서서히 몰아내기 시작했다.
지난 2011년 대장암 판정을 받고 최근 완치한 탁후곤(53)씨 역시 암을 이길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의학이 아니라 암으로부터 생기는 마음속의 병을 먼저 치유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암진단 직후 모든 것을 내려놓고 고향 부모님 산소에 가서 대성통곡까지 했다는 탁씨는 항암치료 과정에서 의사로부터 등산이 도움된다는 권유를 받은 뒤, 산을 벗 삼아 마음의 안정을 찾기 시작했고, 지금은 해외 원정까지 갈 정도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건강해 졌다.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임정수 교수는 "암환자들의 생존율이 늘어남에 따라 이제 암관리 정책도 환자들의 삶의 질과 정신적 스트레스 완화에 중심이 맞춰지고 있다"며 "인천에서도 올해부터 이런 암관련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명호기자 boq79@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