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오늘로 꼭 1천일이 된다. 304명의 생명을 앗아간 이 비극은 천 번의 낮과 밤이 지나갔음에도 여전히 우리 가슴에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 당시 세월호가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TV를 통해 지켜보던 국민들도 세월호 희생자 가족만큼 마음은 여전히 무겁다. 지금도 추운 바닷물에 잠겨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어린 학생들이 느꼈을 죽음의 공포를 상상만 해도 가슴 아프다. 우리의 안전시스템이 대대적으로 혁신되지 않는 한 세월호의 아픔은 우리의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사라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한민국의 안전시계는 여전히 2014년 4월 16일에 멈춰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역시 바닷속에 잠겨 있다. 국회는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전혀 상황파악을 하지 못한 채 대통령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해 소중한 생명이 희생된 만큼 헌법 제10조 생명권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며 탄핵 심판 청구서에 세월호 내용을 담았다. 그리고 헌재는 박 대통령이 그날 7시간 동안 청와대 어느 곳에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보았는지, 어떤 보고를 받고 어떻게 대응 지시를 했는지 남김없이 시각별로 밝혀달라고 압박하는 중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헌재에 보낸 탄핵심판 답변서에서 '청와대 정상 근무, 해경 등에 구조 지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현장 지휘' 등 기존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시중에는 갖가지 의혹들이 확산되어 왔다. 그동안 7시간에 대해 염문설부터 굿판, 미용시술, 머리 손질 등 숱한 의혹이 제기됐다. 심지어 '주사 아줌마', '기치료 아줌마' 등으로부터 불법 시술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러나 무엇 하나 제대로 규명된 것이 없다.

우리 사회가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크게 달라질 거라고 했지만 실상 아무 것도 변한 것이 없다. 사회시스템과 국민 의식은 여전히 그대로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이 안전한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확신할 수가 없다. 특히 사고가 터진 후 적폐를 일소하겠다는 약속도 이행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1천일을 계기로 정권의 성격과는 상관없이 지속될 수 있는 완벽한 재난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는 계기로 삼아 그 많은 무고한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