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표 기획자 (1)
사진/오석근 사진작가

1960~90년대 뮤지션 활동정리
꾸준한 관람객 전시 연장까지
밴드간 암투등 재미난 뒷얘기
인터뷰·자료수집 즐겁게 작업


1960~90년대 인천에서 활동한 밴드와 DJ들, 또 그들이 활동한 공간을 정리해 기록한 '비욘드 레코드' 전시가 주목을 받고 있다. 매일 20~30여명의 관람객이 전시가 열리는 인천 중구 신포동 '임시공간'을 꾸준히 찾고 있는데, 일주일 연장해 13일까지 전시를 열기로 했다.

이 전시를 기획한 독립 큐레이터 고경표(35)씨는 "많은 분이 찾아줘서 반갑고 또 고맙다"면서도 "하지만 이제 시작에 불과한 작업이어서 보여 드릴 게 많이 없는데, 관람객들이 실망하게 될까 걱정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전시가 지역 밴드 음악사(史) 전체의 5분의 1 아니면 10분의 1도 못 미치는 작은 부분일 것으로 추측한다고 했다.

전시장을 찾으면 인천에서 활동한 밴드 뮤지션과 음악 공간을 운영한 DJ의 녹취, 각종 포스터, 사진, 입장권, 명함, 음반 등 진귀한 사료들을 만날 수 있다. 인천을 거쳤거나 활동한 밴드의 현황과 옛 음악 공간들의 위치도 지도에 그려 넣어 그때 그 시절을 짐작할 수 있게끔 꾸몄다.

서울에서 태어나 자란 토박이인 그가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유는 최근 자신의 삶의 터전이 된 인천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고씨는 오석근 사진작가의 아내로 지난 2015년 10월 결혼과 동시에 인천에 정착했다.

그는 "'인천이 옛날에는 이랬어…'하는 식으로 인천 밴드의 활약상이 입에서 입으로 무용담이나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는데 정말 그랬는지, 그 실체를 확인하고 싶어 시작한 작업이었다"고 했다.

그는 뮤지션과 DJ 등 13명을 만나고 자료를 모으고 인터뷰하는 준비 과정이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한다.

고씨는 "타지역 밴드가 인천에서 공연하면 상대방의 공연 포스터를 떼어 버렸다거나, 라이벌 밴드의 공연을 견제하기 위해 공연 당일 무대 설계를 바꿔버렸다는 등 지역 텃새와 밴드끼리의 암투 등 소설로 엮어도 손색없을 정도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며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작업이었다"고 했다.

지역의 이런 재미난 이야기들이 그동안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그는 당황스럽기도 했다. 고씨는 "지역에 예술가는 많이 있지만, 이들의 활동을 정리하고 또 흥미로운 이야기로 엮어내는 전문가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내가 할 일들을 찾겠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