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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검에서 검찰 조사를 받은 후 최재진들의 질문을 받고 있는 고영태 더블루K 전 이사. /경인일보DB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돼 있는 최순실(61)씨가 광고감독 차은택씨와 더블루K 고영태 전 이사에게 미르·K스포츠재단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가운데 고씨의 행방이 묘연해 지면서 실제 고씨가 했던 역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헌법재판소에 증인으로 참석해야 하는 시점에서 행방이 묘연해진 이유가 재판에서 결정적인 역할이 밝혀질 것을 우려한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헌법재판소는 고씨의 행방을 찾아줄 것을 경찰에 요청하고 나섰다.

14일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헌재는 오는 17일 열리는 대통령 탄핵심판 6차 변론에 고씨와 더블루K 류상영 부장 등을 출석시켜 증인신문을 할 예정이다.

하지만 헌재는 13일까지 고씨 등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해 출석요구서를 전달하지 못했다.

헌재는 앞서 대통령과 국회 측이 제출한 고씨 등의 주소지로 출석요구서를 보냈지만 이사를 이유로 반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는 이에따라 고씨의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다시 파악해 이 주소지로 증인신문 출석요구서를 발송하는 한편, 경찰에 오는 20일까지 고씨와 류씨의 소재를 파악해 달라고 요청했다.

헌재와 경찰에 따르면 고씨 등은 현재 휴대전화도 전원이 꺼져 있어 연락이 닿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가운에 최순실씨측은 미르·K스포츠재단 개입을 부인하면서 차은택·고영태씨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최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이경재 변호사는 지난 13일 열린 최씨의 3차 공판에서 최씨는 미르·K스포츠재단 일에 개입하지 않았으며, 차와 고씨가 측근들과 함께 두 재단 설립과 운영을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최씨의 재단 개입과 관련해 "최씨의 개입이나 역할은 애초부터 없었다"라며 "미르 재단 주역들은 차은택의 지인들이고 그가 추천한 사람들로, 미르 사업계획도 모두 차은택과 그의 지인들이 작성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또 "차은택이나 고영태는 두 재단에 직책은 없었지만, 측근들을 자리에 앉혀 일을 도모하려 했다"며 특히 고영태에 대해선 "더블루케이의 실질적 오너로, 최씨를 이용하려고 끌어들인 것"이라고 차씨와 고씨에게 사실상 모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최씨측이 차씨와 고씨 두사람에게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상황에서 고씨의 행방이 묘연해지자 일각에서는 고씨가 실제로 두 재단 일에 깊숙히 개입해 주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고씨 등이 의도적으로 재판 출석을 피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앞으로 1~2일내에 고씨 등의 행방확인과 재판출석 여부 등에 관심이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