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시민문화팀장 |
문학도 마찬가지다. PC통신문학 · 게시판문학 · 인터넷소설 · 사이버문학 · 블로그문학 등이 서로 겹치고 혼용되더니 지금은 웹소설이라는 단일한 용어로 수렴돼 가고 있다. 웹소설은 웹을 기반으로 생산 · 유통 · 소비되는 소설을 가리킨다. 좁혀 말하면 네이버 · 북팔 · 조아라 · 문피아 등 온라인 전문 사이트들에서 생산, 소비되는 장르문학들이다.
웹소설은 작품의 창작과 수용의 방식이 책에서 웹 공간으로 옮겨갔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선 문학의 중심축이 예술과 이념에서 소비와 오락으로 이동했다. 또 작가와 독자의 경계가 해체되면서 작독자(wreader)가 출현했고, 종이책에서 시도될 수 없는 새로운 표현이 등장했으며, 모든 것이 조회수로 환원되는 극단적 대중추수성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웹소설과 일반문학과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독자의 거부감을 줄여주기 위해 아날로그 시대의 익숙한 형식들을 채택하는 이른바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e)에 기존 미디어의 표상방식을 차용하는 재매개화(remediation) 현상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웹소설들이 자주 사용하는 이른바 절단신공(切斷神功)은 결정적 대목(장면)에서 이야기를 중단하는 신문연재소설의 단절기법의 변용이며,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구어체와 대화를 많이 활용하는 것 또한 무협소설 · 판타지 · 만화(그래픽 노블) 등의 종이책에서 익히 보아왔던 문학관습들이다.
웹소설은 별로 새롭지 않다. 그것은 장르문학마저 잘 읽히고 잘 안 팔리는 시대 스마트폰 과 웹 포탈을 활용하여 읽히려는(팔아먹으려는) 문학 비즈니스의 소산이기 때문이다.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젊은 열망, 가벼운 기분전환용 읽을거리에 대한 대중적 욕망, 이를 사업으로 활용하는 전문 사이트의 이해가 서로 공모하여 만들어낸 웹 2.0시대의 장르문학이 바로 웹소설인 것이다.
웹소설은 새롭되 새롭지 않으며, 획기적이되 여전히 관습적이다. 웹소설이 매체상의 변화를 넘어서는 새로운 미래문학이 될지 그냥 장르문학으로 남게 될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마이클 조이스의 하이퍼텍스트문학 '오후, 이야기'(1987), 마크 아메리카의 하이퍼픽션 '그래머트론'(2000) 등 종이책의 품에서 벗어난 디지털 미디어문학들도 실험문학으로 끝났을 뿐 현실의 문학으로 견실하게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시민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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