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용 북청물장수1
북청 물장수. 출처/'대한제국멸망사'(1999, 집문당)

북청 물장수는 김동환(1901~?)의 시 '북청 물장수'(1924년 발표)가 요즘 중학교,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리면서 시대를 건너 오래도록 전해져 온다. 우리나라에서 물장수는 대략 1800년대 전후로 서울에서 시작되었으며 상수도가 보급되기 전까지 2천여명이 활동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이 북청 출신이었다.

물장수는 약 30ℓ짜리 물지게를 지고, 한 사람당 10~20호를 상대로 물 배달을 했다. 북청 물장수들은 끈끈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서울의 물장사 상권을 장악했다. 북청 출신이 아니면 물장수를 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후 경성수상조합 등 공인된 조직을 결성해 아예 물장사에 대한 독점권을 행사했다. 하지만 1920년대 이후 서울지역 상수도 보급 확대와 일본 총독부의 조합 해산 등으로 점차 사라졌다.

외국인에게도 물장수는 구경거리였다. 1880년대에 내한한 선교사 호머 헐버트(Homer B. Hulbert·1863~1949)는 그의 유명 저작 '대한제국멸망사'(1905)에서 물장수를 조선에서 가장 눈에 잘 뜨이는 직업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작가 박완서(1931~2011)는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자전적 소설 '엄마의 말뚝'(1980)에 물장수를 해서 아들을 둘씩이나 전문학교에 보낸 김 씨 할아버지를 등장시켰다.

동아일보 1934년 3월 29일자는 북청 출신 이구영 씨가 물장사하면서 공부시킨 외아들 이재옥 군이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현 경기고등학교)를 거쳐 경성제국대학교(현 서울대학교)에 합격한 사연을 그해의 '입학시험 미담'으로 보도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