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부평구가 도서관 책 납품업체를 선정하면서 점포가 없는 이른바 '페이퍼 서점'의 입찰을 막지 않는 데다 참가업체의 지역제한을 두지 않아 인천 서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구는 지역 서점의 참여가 어려운 입찰자격 조건을 내걸고 있어 '동네서점 살리기'를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천 부평구문화재단은 올해 부평지역 구립도서관 6곳에 2천700여 권의 책을 납품할 업체로 경기도 고양시의 한 서적 도매업체를 최근 선정했다. 실제 매장이 없거나 인천 외 다른 지역에 서점이 있는 업체도 모두 참여가 가능하도록 했기 때문에 고양시 소재 업체가 뽑힐 수 있었다.

인천에서 도서관을 운영하는 공공기관 중 '지역 제한'을 두지 않는 곳은 부평구가 유일하다. 인천시교육청과 인천시·부평구를 제외한 9개 기초자치단체는 도서관 책납품 업체를 선정할 때 '인천에 주 서점 매장이 있고, 매장에 도서를 진열한 업체'로 참여를 제한하고 있어 다른 지역에 소재한 업체는 입찰 참가가 불가능하다.

실제 지난달 도서입찰 계약을 진행한 미추홀도서관과 해돋이도서관은 참여 업체에 '서점 간판과 매장 내외부 사진'이 담긴 서점매장 확인서를 첨부할 것을 요구했다.

부평구는 또 최근 2년 동안 1억원 이상의 책을 공공도서관에 납품한 실적을 입찰에서 요구했는데, 이 때문에 지역의 상당수 영세 업체는 응찰 자격조차 얻지 못했다.

이밖에 일련번호를 매기는 '마크(MARC)' 작업을 할 수 있는 개인 작업장(직접 생산증명서)을 갖춘 업체에만 입찰자격을 부여했는데, 인천에서 직접 생산증명서를 갖춘 서점은 8곳뿐이다. 부평구의 이 같은 입찰 제한조치로 책납품 입찰에 참여한 68개 업체 중 인천 업체는 3~4곳에 불과했다.

인천지역 64곳의 서점으로 구성된 인천서점협동조합 문인홍 이사장은 "1억원 이상의 도서납품 실적이나 개인작업장 등의 참가자격은 동네서점이 도저히 맞출 수 없다"며 "법적인 문제가 없는데 왜 부평구만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부평구문화재단 관계자는 "지역 서점과 계약을 맺었지만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 자격에 제한을 두었고, 매장 확인서까지 요구하면 너무 과도한 규제에 해당한다는 내부 의견도 있어 이를 배제했다"면서도 "내년부터는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입찰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송인서적 부도사태 이후 '송인서적으로 인해 피해를 본 지역 서점 위주로 도서구매를 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전국 각 지자체에 보낸 바 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