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교체되면 노동 관련법이 강화된다면서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28일 안산 반월공단 인근 A노무사 사무실 관계자들은 근로기준법·근로조건보호법 등 노동관련법 위반 여부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는 사업주들의 전화를 받고 상담해 주느라 진땀을 쏟고 있었다.

안산공단 내 한 H빔 생산업체 대표의 경우 노조결성 조짐이 보일 때마다 주도자를 색출해 페널티를 준 것에 대해 문의했다. 노조설립 저지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명백한 불법행위지만 영세사업장에는 단속의 손길이 닿지 않아 그간 악습처럼 공공연하게 진행돼온 사안이다.

시흥의 B노무사 사무실 역시 밀려드는 상담을 처리하느라 분주했다. B 사무실의 상담은 지역 특성상 불법체류자의 임금지급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 질문의 요지는 불법체류자 등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기준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단속대상이 되냐는 것이다.

또 습관적으로 자행됐던 임금체불에 대해서도 사업주의 제재수준이 강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의도 이어졌다. 지난해 임금체불 신고액은 1조4천286억원, 신고 건수는 21만7천530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비정규직 처리문제도 최근 들어 노무사들에게 상담이 많이 들어오는 사안 중 하나다. 한 기업체 관계자는 "비정규직을 법적으로 문제없이 이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1년 10개월 정도 고용하고 교체해도 문제가 없는지 등 편법적인 사례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고 귀띔했다.

'5·9 장미 대선'이 40여일 앞으로 다가오고 다수의 여론조사결과 정권교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그동안 노동관계법을 등한시했던 사업주들의 움직이 분주하다.

때문에 노무사들은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사업주들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후보들이 노동시간 단축·노동법원 등의 공약을 내건 만큼 노동자의 권리와 권익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노동 관련법이 개정될 것이라는 판단 아래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A노무사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면 노동법도 강화될 거라는 예측으로 노동법 자문계약, 컨설팅 계약 등을 맺으려는 업주들의 상담이 하루 10여건에 이른다"며 "어찌 보면 업주들이 지레 겁을 먹고 선 대응을 취하고 있는 것인데, 하루가 어떻게 가는 줄 모르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그간 공단과 사업장에서 자행되는 불법행위들에 대한 고소·고발을 계속해도 단속을 맡은 관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으니 해결이 어려웠다"며 "변화의 움직임이 반갑지만, 이는 지금의 노동현실이 얼마나 열악한가에 대한 방증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권준우기자 junwo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