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식의 야구란 무엇인가

[김은식의 야구란 무엇인가·4]낫아웃

포수가 빠트린 3번째 스트라이크
공보다 먼저 1루 타자기록도 삼진
김광현 1이닝 4삼진·조규제 5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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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식 야구작가
투 스트라이크 상태에서 타자가 헛스윙을 하면 당연히 스트라이크 아웃이 되지만, 그 마지막 공을 포수가 노바운드로 잡지 못하면 다시 잡아서 타자를 태그하거나 타자보다 먼저 1루로 송구해서 베이스 터치를 하기 전까지는 '아웃이 아닌(Not Out)' 상태가 된다.

물론 타자가 공보다 먼저 1루에 도착하면 살아 있는 주자로서 인정이 된다. 하지만 2사가 아닌 상황에서 이미 1루에 주자가 있는 상태라면 낫아웃은 성립하지 않는다. 수비 팀이 낫아웃을 빌미로 주자와 타자를 모두 잡는 병살 플레이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낫아웃의 재미있는 점은 타자가 누상에 살아 나감에도 불구하고 기록상 투수는 분명히 삼진을 하나 잡은 것이 되며 타자 역시 삼진을 하나 당한 것이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론상으로는 한 이닝에 세 개가 아닌 수십 개의 삼진이라도 기록될 수 있다.



SK의 에이스 김광현은 안산공고 2학년이던 2005년 6월 30일 제 59회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 16강전에서 1회초 포철공고의 1, 2번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은 뒤 3번 타자에게도 헛스윙 삼진을 잡았지만 포수가 공을 놓치는 바람에 낫아웃 상태로 살려 보냈다.

하지만 이어진 4번 타자 역시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이론상으로만 가능하다던 '1이닝 4삼진'을 선보였다.

프로무대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 적이 있다. 2003년 5월 5일, 수원에서 열린 현대 유니콘스와 기아 타이거즈의 경기 연장 10회 초에 현대의 마무리 조규제는 2사 3루 상태에서 연달아 두 명의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냈지만 포수가 공을 빠뜨리며 낫아웃으로 출루시켜 만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하지만 찬스에서 들어선 타자 김상훈이 또다시 삼진을 당하면서 투아웃 이후에 세 타자가 삼진을 당하는 진풍경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한편, 낫아웃 때문에 승부가 뒤집히는 사태가 벌어진 적도 있었다.

1997년 8월 23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삼성 라이온즈와 쌍방울 레이더스 간의 더블헤더 1차전. 1-4로 뒤진 채 9회 초까지 끌려가던 쌍방울의 대타 장재중이 2사 1, 2루, 투스트라이크 원볼 상황에서 헛스윙을 하자 주심은 스트라이크 아웃과 경기 종료를 선언해버렸고 타자 장재중은 머리를 푹 숙인 채 자기 팀의 더그아웃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삼성의 포수 김영진은 마지막 삼진을 잡은 볼을 팬 서비스로 3루 관중석에다 던져 버렸다.

하지만 장재중이 헛스윙 한 마지막 공은 한 번 바운드를 하고 들어온 공이었고, 따라서 그 상황은 '낫아웃'이었다. 김성근 쌍방울 감독이 이 점을 지적하며 항의하자 심판진은 실수를 인정하고 경기종료를 번복한 채 경기를 속행했다.

게다가 '경기 중 송구가 관중석에 들어간 경우'에 해당했기 때문에 타자 장재중을 비롯한 세 명의 주자에게 모두 2개의 진루가 허용됨으로써 2루 주자가 홈인했고, 뒤이어 들어선 타자들마저 맥이 풀린 투수 김태한을 연달아 두들겨 결국 경기는 6대 4로 역전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애초에 낫아웃이라는 제도가 생긴 것은 스트라이크와 볼의 구분이 없던 초창기 야구에서 투수가 의도적으로 '칠 수 없는 공'을 던짐으로써 삼진을 잡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말하자면 '포수가 잡을 수 있는 공'이 스트라이크를 뜻하던 시절의 흔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스트라이크와 볼의 구분이 엄격해진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 제도가 살아남아 힘을 발휘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포수 뒤쪽에 공을 흘려둔 채 엉거주춤 경기를 끝내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던 야구팬들의 미학적이고 심리적인 욕구와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은 아닐까?

/김은식 야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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