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청탁금지 공문불구
학생·학부모회 자발적동참
담임추억 대형 손편지쓰기
레드카펫깔기 등 이색행사
5월 → 학년말 변경 의견도
수원 송원초 6학년 이주완(12) 양은 스승의 날을 앞두고 담임교사에게 줄 3m 길이의 대형 '손편지'를 친구들과 함께 쓰기 시작했다. 이 양이 처음 생각한 선물은 초콜릿과 카네이션이었다. 하지만 '올해부터 꽃 한 송이도 안 된다'는 안내를 받은 뒤 편지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양은 "학교에서 선생님이 우리에게 받을 수 있는 것은 편지밖에 없다고 했다"며 "선물은 드리지 못하지만 대신 선생님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도록 친구들과 3m 편지를 써서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 이후 첫 스승의 날은 '카네이션 없는 기념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각 지역 교육청을 통해 '스승의 날 관련 청탁 금지법 바로 알기' 공문을 각급 학교에 보내 교사·학생·학부모에게 전달했다. 각급 학교 역시 자체 행사를 열지 않는 등 혹시 있을지 모르는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고 나섰다.
청탁금지법도 스승에 대한 학생들의 '감사의 마음'은 닫지 못했다. 각 학교마다 자발적인 스승의 날 기념식이 이어지면서 학생들이 새로운 스승의 날 문화를 만들고 있다.
인천 동암중의 사례가 눈여겨 볼만하다. '인천형 혁신학교'로 학생회·학부모회가 활성화돼 있는 이 학교는 매년 색다른 스승의 날 행사를 자체 기획해 열고 있다. 지난해 스승의 날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교 후문에서 본관으로 이어지는 길에 '레드 카펫'을 깔고 오전에 학교에 나오는 교사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앞서 2015년에는 '스승의 날 노래부르기' '손 마사지 10분' '심부름' 등이 적힌 쪽지를 교사들이 뽑게 한 뒤 실행하는 '행복한 아침 열기' 행사를 기획하기도 했다. 모두 청탁금지법에 해당하지 않는 이벤트다.
도성훈 동암중 교장은 "작년에 아이들이 깔아준 레드 카펫을 밟고 지나갈 때는 참 고마웠다"며 "올해 아이들이 어떤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지 교사들은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인천 연수구의 한 고등학교는 반마다 스승의 날 기념행사가 다르다. 지난해의 경우 학생들이 엽서를 써 코팅한 뒤 책자처럼 엮어 담임교사에게 선물을 준 반이 있었고, 크고 넓적한 판에 학생들이 교사에게 하고 싶은 말을 쓴 다음 예쁘게 꾸며 전달한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청탁금지법은 스승의 날 학생이 담임교사에게 5만원 이하의 선물을 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고, '카네이션 달아주기'도 위반 사항이다. 학생에 대한 평가지도를 상시로 담당하는 교사에게 선물을 주는 것을 사교·의례의 목적을 벗어나는 행위로 보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스승의 날 기념일을 5월에서 학년 말로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인천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만난 지 2개월밖에 안 된 상황에서 맞이하는 스승의 날이 교사와 학생 입장에서 조금 어정쩡하고 쑥스러워 스승의 날 기념일을 바꾸자는 의견은 2~3년 전부터 학생과 교사들에게서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수원의 한 중학교 교사는 "옛날하고 많이 달라졌음에도 5월이면 교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시각이 일부 있어 괜히 부담을 느낀다"며 "스승의 날 제정 배경과 취지를 살려 날짜를 바꾸는 것도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명래·신선미기자 problema@kyeongin.com
김영란法도 막지 못하는 '제자 마음'
'카네이션 없는 기념일' 경인지역 新 스승의 날 문화
입력 2017-04-30 22:57
수정 2017-04-30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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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0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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