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자원봉사자들이 정성스레 준비한 팔순 잔칫상을 받아든 40명의 어르신들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
(사)사랑의쌀나눔운동본부·재인천충남도민회·경인일보가 공동 주최한 '인천시 제2회 홀몸어르신 합동팔순잔치'가 29일 오전 11시 경인전철 부평역 북광장에서 열렸다.
이번 합동팔순잔치는 축하받아야 할 팔순이 됐음에도 외롭게 보내야 할 처지에 놓인 인천지역 독거노인을 위해 마련된 자리로, 강화·옹진군을 제외한 인천 8개 구에서 선정한 80세 독거노인이 초대됐다.
고깃국과 전·불고기 등 정갈한 메뉴로 차려준 잔칫상은 재인천충남도민회 드림 봉사단과 재향군인회 여성회, 법무부 법사랑위원 인천지역연합회 회원 등 60여명의 자원 봉사자들이 준비했다. 멀리 제주에서 인천까지 찾아온 문동일 셰프(녹차고을 대표)가 조리와 배식을 총지휘했다.
문동일 셰프는 "어머니·아버지 잔칫상을 차려드린다는 마음으로 지난해에 이어 봉사하고 있다"며 "좋은 일이니 내년에도 불러주시면 다시 한번 잘 모시고 싶다"고 말했다.
하루종일 전을 부쳤다는 한미란 재향군인회 여성회 회원은 "부족한 음식 솜씨지만, 부모님에게 대접한다는 마음으로 오늘 봉사에 참여했다"며 "부디 어르신들이 오래오래 사셨으면 한다"고 했다.
이날 어르신들이 곱게 차려입은 한복도 봉사자의 기부로 마련됐다. 수노아 한복 최윤수(65) 대표는 "어머니·아버지 세대의 헌신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잘 살지 못했을 것"이라며 "뜻깊은 잔치를 조금이나마 빛내고 싶어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날 어르신들을 위한 국악공연을 비롯 팝페라그룹 보헤미안의 공연 등이 흥을 돋우는 가운데, 산삼캡슐과 화장품선물세트 등 선물도 푸짐했다. 주인공으로 초대된 팔순을 맞은 노인들은 모두 행복해 했다.
중구에서 온 남용희 씨는 "남편과 사별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혼자 잔칫상을 받아 미안한 마음"이라며 "남편 대신 많은 분들이 생일상을 차려주셔서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이선구 사랑의쌀나눔운동본부 이사장은 "해마다 5월이 되면 오히려 더 외로워지는 어르신의 상실감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기 위해 마련한 행사"라며 "재정으로, 물품으로, 재능으로 헌신해 주신 많은 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재인천충남도민회 전달수 회장과 김은환 경인일보 인천본사 사장을 비롯해 박남춘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