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다시쓰는'석성 행주산성'·(상)문화재 전문가들 조언]"전담기구 구성 발굴철학 먼저 세워라"

마음급한 고양시 예산신청
계획도없이 업체선정 관행
부실복원 실패 사례 '경고'
종합지휘 컨트롤타워 필요


흙으로 만든 성만 존재하는 줄 알았던 고양 덕양산 소재 국가사적 제56호 행주산성에서 정교한 삼국시대 추정 석성이 발견돼 학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4월 20일자 2면 경인일보 최초 보도) 한강 초입 천혜의 요새인 덕양산이 행주대첩 훨씬 이전부터 한반도 중원을 둘러싼 군사요충지였을 것으로 짐작만 하다가 구체적인 역사의 증거가 위용을 드러낸 것이다.

본격적인 발굴과 복원에 앞서 후손에게 물려줄 새 역사를 어떻게 써나가는 것이 바람직할지 두 편에 걸쳐 진단한다. ┃편집자 주



석성은 지난 3월 사적 일대 종합정비계획 마련을 위한 시굴(시범 발굴) 도중 우연히 발견됐다. 이로인해 고양시는 행주산성 종합정비계획을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고, 2018~2020년 석성 발굴관련 예산으로 35억원을 문화재청에 신청한 상태다.

그러나 문화재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발굴과 복원을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한다. 그동안 발굴된 국내 산성들 상당수가 복원·정비 및 활용 등에 있어 전반적으로 부실하게 추진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삼국시대 석성으로 추정되는 증거까지 밝혀져 정확한 축성 연대와 그 활용 등 역사적으로 규명해야 할 가치가 높은 행주산성은 전문가가 포함된 '전담팀' 구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원형복원에 대한 정확한 철학을 갖고 발굴부터 교육까지 책임지는 종합계획을 세운 뒤 발굴을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기문화재단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일단 예산부터 세우고 업체부터 선정하는 게 현재의 문화재 행정"이라고 꼬집으며 "예산 역시 늘 같은 범주에서 책정되면서 산성의 발굴 범위만 확대하고 늘린다. 발굴·정비 모두 인력이 필요한 문제인데, 범위가 늘어난 만큼 인력은 늘어나지 않는 게 함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도내 산성 가운데 여주 파사성과 오산 독산성 등이 부실하게 복원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지난 1997년부터 발굴·복원이 진행 중인 여주 파사성은 성벽 4분의 1을 복원하면서 특별한 예산확대 없이 범위만 늘렸다.

파사성 복원에 참여했던 한 문화재 전문가는 "성벽 주변에 축성 당시 실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돌들이 무너져 있는데, 이런 돌로 산성을 복원하는 게 원칙이나 예산 등의 문제로 사실상 지켜지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축성시기가 과거로 갈수록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고 기술력도 부족하다"며 "산성 발굴은 산성 전문 발굴업체가 해야 하는데 입찰로 선정하면 전문성과 상관없이 가격이 저렴한 업체가 선정되기 일쑤"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남한산성과 북한산성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남한산성은 '남한산성유산센터'라는 전담기구를 통해서만 의사결정이 이뤄진다. 북한산성은 경기문화재단 내 '북한산성문화팀'을 설치, 복원·관리·콘텐츠개발까지 북한산성과 관련된 모든 사항을 관장하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북한산성의 경우 학예직 직원들이 주축이 된 전담팀 투입 후 원형이 제대로 복원되고 있으며, 출토유물과 유적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이를 토대로 기록물도 제작하고 교육프로그램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지영·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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