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속 초과 우레탄 시설 방치
경기도내 공공체육시설 등에 설치된 우레탄 시설 대다수가 중금속에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지만 경기도는 이들 시설 중 단 5%만을 올해 안에 교체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7일 오후 수원종합운동장 야외농구장에서 경기를 즐기는 학생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정부 '위해성관리 가이드라인' 보급
손 직접 접촉·흡입등 노출량 적용
납 등 많아도 순차교체·사용 판정

전문가들 "유해성 연구 많지않아
무의미… 초과 시설 전량 교체를"
道 "과학적 기준으로 제정돼" 해명


경기도 내 우레탄 시설 125곳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중금속이 검출됐지만 올해 교체 대상은 단 10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시설들은 예산이 확보되면 교체하는 '순차교체' 대상이거나 중금속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지만 '사용' 판정을 받은 곳이다.

'KS 기준은 넘었지만 유해하지 않다'는 이 같은 결과 뒤에는 예산절감을 위해 시민의 건강을 후 순위로 미룬 '우레탄트랙 위해성관리 가이드라인'이 있다.

■'우레탄트랙 위해성관리 가이드라인'이란?

=7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국적으로 공공체육시설에 대한 우레탄 중금속시험이 실시 됐다. 지난해 학교에 설치된 우레탄 트랙이 중금속 범벅이라는 보도 이후 이를 교체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자, 공원이나 농구장 등에 설치된 우레탄 시설도 점검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지난 3월까지 지자체별로 조사가 진행됐고, 이 와중인 지난 2월 문광부·환경부·교육부·국토교통부가 합동으로 '우레탄트랙 위해성관리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각 지자체에 엑셀(Excel)식으로 보급된 이 가이드라인은 각각 시설의 중금속 검출수치와 내구연수(설치 연한) 등을 기입하면 '즉시교체' '순차교체' '사용' 등으로 판정 결과가 도출된다.

문제는 가이드라인을 적용할 경우 KS기준을 넘은 다수의 시설도 교체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 실제로 성남 탄천종합운동장 육상트랙과 실내트랙은 모두 납이 1만㎎/㎏ 이상 검출돼 기준치를 100배 이상 초과했지만, 올해 교체대상에서는 제외됐다. ┃표 참조

수원종합운동장의 트랙 역시 기준치를 10배 이상 넘었지만 교체없이 계속 사용가능한 시설로 분류됐다. 이런 결과는 가이드라인이 중금속 수치뿐 아니라 '손으로 우레탄에 직접 접촉하는 빈도' '입·피부 등을 통해 중금속 물질이 직접 흡입될 가능성' 등을 토대로 한 '유해물질 노출량'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가이드라인은 기준치 이상의 우레탄 시설이라 하더라도 해당 시설의 사용자가 신발을 신고 이용한다면 위험도를 낮게 보는 식이다.

■"KS 기준 넘었다면 전체 교체해야"


=전문가들은 우레탄의 유해성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만큼 가이드라인은 무용하다면서, 하루빨리 기준치를 초과한 시설전량을 교체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정수 환경안전건강연구소 소장은 "자체적인 기준(위해성 가이드라인)은 기준이 아니라 순서를 정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이드라인을 분석해 보면, 입이나 피부로 흡수될 가능성, 포설·시트·코팅형 등 시설의 설치형태를 토대로 사용자의 (중금속)노출량을 계산하는데 이렇게 노출량을 분류하는 것이 문제"라면서 "KS 기준을 넘는 것을 모두 교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박재범 아주대 산업의학과 교수는 우레탄에 포함된 중금속으로 인해 기존에 알려진 발암이나 신경계 약화 등의 악영향 외에도 생식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호르몬도 검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 교수는 "국내에서 우레탄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지 않아 마땅한 전문가도 없는 상태다. 상황이 이런데 KS기준 외에 또 다른 잣대로 유해성 유무를 나누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면서 "만약에 발생할지 모를 피해를 고려해서라도, 상식적으로 KS기준을 넘는 시설은 모두 교체하는 게 옳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문광부와 환경부 관계자는 "(기준치를 초과한)모든 시설을 교체하면 좋겠지만, 전국적으로 기준을 넘은 시설이 너무 많아 한 번에 교체사업을 진행하면 예산을 감당할 수 없어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설명했고, 도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은 노출량 등 과학적인 기준으로 만들어져 신뢰할 수 있다. KS기준을 넘었다고 해서 모두 위험하다고는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경기도 중금속 검출 우레탄 공공체육시설
제공/각 지자체, 안산(29곳)·파주(10곳)·과천(5곳)·의정부(3곳) 비공개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