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설 수 없는 청년 '의존사회'·(3)'익명'에 기댄 청춘]'나홀로 오프라인' 온라인 갈증 키운다

혼밥
26일 오후 수원시내 식당에서 한 청년이 혼밥을 하면서 휴대전화를 바라보고 있다. /김종택기자 jongtaek@kyeongin.com

상대적 박탈감 소통 포기
대학생 80% '평소 혼밥'
SNS내 익명 게시판
5년간 90개로 급증
지나치면 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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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학 졸업학점을 이수하고도 취업을 못해 졸업을 미루고 있는 NG(No Graduation)족 박모(27)씨는 고민이 생길 때마다 '대나무 숲(SNS상 익명게시판)'을 찾는다. 대학시절 함께 고민을 나누던 친구들에게 전화를 해보기도 했지만, 친구들은 취업에 성공해 연락할 때마다 박탈감이 느껴져 고민 해결은커녕 입도 떼지 못한지 오래다. 차라리 서로의 모습을 감춘 채 마음대로 떠들 수 있는 곳, '대나무 숲'이 박씨의 유일한 소통창구다.

#2 수원시 권선동에 사는 최모(30)씨는 지난 15일 고등학교 동창의 청첩장을 받고도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같은 시각 '블레이드 앤 소울'이라는 온라인게임 상 같은 클랜(모임) 유저(이용자) 간 사이버결혼식 참석을 위해 게임에 접속했다. 사실상 백수 신분으로 동창의 결혼식에 참석해봤자 눈치만 보다 식사도 제대로 못할게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서로의 배경을 모른 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클랜 유저들과 함께할 때 가장 마음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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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 박탈감에 오프라인 소통을 포기하는 청년이 늘어나면서 '익명'에 기대 욕구를 해소하는 문화가 퍼지고 있다.

실제 한 취업포털사이트가 대학생 1천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8명이 평소 '혼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온라인상 익명게시판과 익명애플리케이션 이용은 더욱 활발하다. 지난 2012년 서울대학교의 한 학생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일화에서 착안한 익명게시판인 '대나무 숲'을 만들면서 지난 5년간 대학별 대나무숲 등 SNS 내 유사 익명게시판은 90여 개로 급증했다.

또 지난 2014년 출시돼 젊은 직장인들이 익명으로 이용하는 '블라인드(익명커뮤니티)'는 50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지자체들도 청년들이 익명에 기대 소통하는 현실을 반영해 '온라인 고민상담소'를 운영 중이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익명'에 기댄 소통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우울증 증가에 따른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익명게시판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지난 2012년에는 "1년 중 2주 이상 우울감과 절망감을 느꼈다"고 답한 청년이 9.3%이었지만, 2015년에는 14.9%로 5.6%p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김혜숙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익명게시판으로 몰리는 이유는 관심과 공감을 갈구하는 욕구 충족을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온라인상 소통은 일시적 보충만 해줄 뿐 충족은 불가능하다"며 "취업난 등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증에 빠진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사회적 지지'인데, 이는 실제 스킨십을 통해 받을 수 있지 결코 '익명'으로 맺어진 헐거운 관계에서는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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