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에 사전교감 없이 '제의'
文대통령 '독일 연설' 후속 조치
군사분계선 적대행위 중단 목적
고령화 영향 '상봉' 시급성 피력
정부는 17일 군사분계선(MDL)에서의 적대행위 중단을 위한 군사당국회담과 추석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북한에 동시 제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간) 독일 쾨르버 재단 연설에서 밝힌 이른바 '베를린 구상'의 후속조치다. 문 대통령은 당시 ▲10월4일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 ▲평창동계올림픽 북한선수단 참가 ▲휴전협정 64주년인 7월27일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 상호 중단 등을 제의했다.
정부의 이번 대북 제의는 사전 교감 없이 이뤄졌다. 북한이 호응하지 않을 경우 정부의 부담이 적지 않음에도 사안의 시급성에 더 무게를 뒀다는 설명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당국 간 회담 개최를 제안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북한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서주석 국방부 차관은 이날 국방부 청사에서 가진 회견에서 "군사분계선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하기 위한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21일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개최할 것을 북측에 제의한다"고 밝혔다.
MDL에서의 적대행위는 비무장지대(DMZ) 군사작전을 포함해 무인기 도발, 확성기 방송, 전단지 살포용 풍선 운영 등 모든 행위가 포함된다. 군은 현재 단절돼 있는 서해지구 군통신선을 통해 북측의 회신을 요구했다.
김선향 대한적십자사 회장 직무대행도 이날 별도의 기자회견을 갖고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 등 인도적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적십자회담을 8월 1일 판문점 우리 측 지역 평화의집에서 가질 것을 제의한다"고 밝혔다.
또 "현재 우리 측에는 많은 고령의 이산가족들이 가족 상봉을 고대하고 있으며 북측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이라면서 "조선적십자회 측의 입장을 판문점 남북 적십자 연락사무소를 통해 회신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10월 초 상봉행사를 성사하기 위해서는 8월 말까지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 아래 다음 달 1일을 첫 회담 일로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에 따르면 현재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13만여명에 이른다. 이중 생존자는 6만여 명에 불과하며 이들 또한 63%가 80대 이상으로 매년 3천명 가량이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이 회담 제의에 응하면 지난 2015년 12월 남북 차관급 회담 이후 1년 7개월여만의 남북 당국회담이 성사되는 것이다. 군사회담의 경우 북한이 과거 군사회담에 대해선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반면 적십자회담은 북한이 탈북 여종업원 등의 송환 없이는 이산가족 상봉은 없다는 주장을 반복해 왔다.
/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