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
언어·신체발달 저하·사회성 결여 등 우려
보유율 높고 사회적 제재없어 쉽게 노출
24개월 기준 첫 접촉시기 해마다 빨라져
신 교수 "양육자 중독이 아이에 큰 영향"
불과 10년 만에 스마트폰은 우리 일상을 지배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존재가 됐다. 비단 청년 세대만의 일은 아니다. 영유아부터 고령층에 이르기까지 스마트폰이 끼치는 영향력은 대단하다. 특히 모든 것이 발달 중인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그 결과를 알 수 없어 무섭기까지 하다.
아주대병원 정신의학과 신윤미 (사진)교수를 만났다. 신 교수는 최근 인터넷 중독의 권위자 킴벌리 영 교수와 함께 미국 인터넷 중독 관련 서적인 '아동과 청소년의 인터넷 중독'을 공동 집필했다. 또한 보건복지부 지원을 받아 전국 최초로 3~5세 아기를 대상으로 스마트폰 중독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한국만의 독특한 상황을 이야기했다. "킴벌리 영 교수를 비롯해 인터넷 중독을 연구하는 해외 연구진들은 우리나라와 대만을 주목하고 있다. 영유아, 즉 24개월 미만의 아기들까지 스마트폰에 쉽게 노출되는 사회가 드물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이런 현상의 원인을 사회적 환경에서 설명했다. "우리나라 스마트폰 보유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것은 둘째치고, 해마다 보유연령이 낮아져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내려가고 있지만 스마트폰 노출에 대한 사회적 제재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청소년기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한 20~30대 젊은 세대들은 스마트폰이 워낙 친근한 물건이고 '잘 쓰면 도움된다'고 여기는 경우도 많다. 우리는 생후 24개월을 기준으로 매년 1, 2개월씩 스마트폰을 처음 접하는 시기가 낮아지고 있다."
신교수는 해외에서는 영유아의 스마트폰 노출을 막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는 것을 강조했다.
"미국소아과학회에서는 24개월 미만 아기들에게 절대 스마트폰을 보여주지 말라고 경고했고, 대만의 경우 이를 아동학대로 취급해 페널티를 부과하기도 한다. 이들 나라가 강력하게 스마트폰 노출을 제재하는 것은 영유아의 경우 아이들이 원해서라기보다 부모에 의해 수동적으로 보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직 스마트폰이 아기 뇌에 주는 영향이 정확하게 연구되지 못한 무방비 상황에선 절대 노출되면 안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중독으로 아이들이 겪는 고통은 생각보다 클 수 있다.
"아직 영유아는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TV, 인터넷 등의 연구로 비춰보면 먼저 상호 자극을 못받아 언어발달이 지연될 수 있다. 자기조절능력을 관장하는 전전두엽은 사춘기 때 완성이 되는데, 반응속도가 빠른 스마트폰은 중독성이 강해 주의력 부족과 충동조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사회성이 한창 발달 되는 시기에 스마트폰에 중독되면 사회성 발달이 저하되고 더불어 신체 발달 저하로 비만이 생길 수도 있다. 어른들의 경우에도 스마트폰이 뇌의 각성을 일으켜 수면의 질에 악영향을 주는데, 청소년기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 시기, 수면은 성장과 연결돼 있어 더욱 심각한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신 교수는 24개월 미만 아기에게 스마트폰을 노출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또 자기조절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의 경우에도 스마트폰 사용 시기를 최대한 뒤로 미루라고 조언했다.
"먼저, 일관성이 중요하다. 가정에서 스마트폰 사용과 관련해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울고 떼쓴다고 다독이기 위한 방편으로 규칙 없이 보여주는 것은 금물이다. 스마트폰 중독으로 치료받는 아이들을 보면 이미 스마트폰 주도권을 아이에게 뺏긴 이후에 엄마가 되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또 아이가 스마트폰을 통해 어떤 콘텐츠를 보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더불어 부모의 행동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연구 중이지만, 일부 데이터를 연구한 결과 부모가 지나치게 스마트폰 사용이 많아 중독 수준일 경우 아이들도 쉽게 중독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또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가 우울감을 겪고 있는 경우 스마트폰에 빠져 아이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부모는 아이의 모델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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