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고 집회 금지규정 '허술'
'48시간전' 보호 요청 조항
열린후 경찰 제재방법없어
학부모 "미리 알기 불가능"
시작후 48시간 법개정 촉구
학습권 보호를 위해 경찰이 학교 주변에 신고된 집회를 금지할 수 있는 규정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학교 측이 집회 시작 전 경찰에 미리 보호요청을 할 경우에만 가능할 뿐 막상 집회가 시작되면 경찰도 금지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인천 대건고등학교에서 30m 떨어진 연수구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는 지난달 21일부터 인부들이 근로조건 보장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벌이고 있다. 대건고 학생들은 집회현장에서 나오는 구호와 노래 소리 때문에 공부에 집중이 되지 않는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8월 25일자 19면 보도).
학교 측과 학부모들은 학습권이 침해되니 집회를 제한해 달라고 경찰에 요청했지만 경찰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상황. 학습권 보호를 위해 학교 주변 집회를 금지할 수 있다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8조 5항의 허술한 규정 때문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집회장소가 초·중·고등학교 주변으로 집회·시위가 학습권을 뚜렷이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학교 관리자의 요청으로 경찰이 주최 측에 집회·시위 금지를 통고할 수 있다. 하지만 경찰이 집회신고를 접수한 때로부터 48시간 전까지만 집회 금지를 통고할 수 있다는 단서가 문제가 된다.
일반적으로 경찰은 집회의 자유 보장을 위해 장소가 학교 주변이라는 이유만으로는 집회를 금지할 수 없다. 그렇다고 집회가 열리는 장소의 주변 학교에 집회 사실을 사전에 알리지는 않는다.
결국 집회가 열리고 나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된 학교 측과 학생들이 아무리 항의를 해도 집회를 신고한 지 48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경찰은 강제적으로 집회를 금지하지 못한다. 주최 측에 기준치 이내로 확성기 소음을 낮추라는 제재만 할 뿐이다. 집회 신고 기한은 시작 전 720시간(30일) 전부터 48시간 전까지다.
학부모들은 집회 금지 통고 기간을 집회 '신고 후 48시간' 이내가 아닌 '시작 후 48시간' 이내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3 자녀를 둔 최모(47·여)씨는 "학교 앞 집회를 학교 측에 알려주지도 않는데 어떻게 알고 보호 요청을 하느냐"며 "집회로 인한 학습권 침해를 보호한다는 조항은 있으나 마나다. 집회 금지 기한을 시작 후 48시간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정보과 관계자는 "학습권을 보장하는 조항이 있지만 집회 시작 이후에는 학습권을 이유로 집회를 금지시킬 수는 없다"며 "대신 보호 요청이 들어오는 대로 제재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