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하다' 주관적인 평가
재판부 "동물학대 아니다"

보호단체·수의사회 '발끈'
"차라리 법 폐기" 항의도


전기충격 방식으로 개를 도살했다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개 농장 주인이 1심에 이어 28일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동물보호단체는 "동물보호법을 왜곡해 벌어진 사법학살이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포시의 한 개농장 주인 A(64)씨는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를 개의 주둥이에 대어 감전시키는 이른바 '전살법'으로 2011년부터 매년 30여 마리의 개를 도축했다. A씨가 도축한 개는 식용 목적으로 팔려나갔다. A씨는 "목을 매다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이면 안 된다"는 동물보호법 위반(동물학대) 혐의가 적용돼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의 쟁점은 전살법이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인지에 대한 판단이었다. '잔인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인정이 없고 모질다'는 뜻인데 개념이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평가가 개입될 여지가 많다.

1심 재판부인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허준서)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개를 식용으로 하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농림축산식품부가 정한 동물의 도축 방법인 '전살법'으로 도축한 경우라면 동물 학대는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항소심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선고기일에서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이상주)는 A씨에 대한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무죄를 유지했다.

재판부는 원심판결을 인용하면서 "'잔인하다'는 평가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평가"라며 "동물을 죽이는 것에 기본적으로 잔인성이 내포된 만큼 처벌 범위가 너무 넓어지면 위헌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날 항소심 선고에서 무죄가 선고되면서 동물보호단체와 수의사회 등의 반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 등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동물보호법이 난도질 당했다"며 "차라리 동물보호법을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축산물위생관리법의 전살법은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한 축종별 특성을 고려해 전류량, 통전시간을 달리하는데 관련 법상 도축 대상 가축이 아닌 개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판결은 고통을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동물의 처지를 악용, 조롱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법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