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을 가다-이에스엠연구소
이에스엠연구소 정홍수 대표(왼쪽 세번째)와 직원들. /이에스엠연구소 제공

삼성 카메라 SI 사업 안정적 경영 불구
정홍수 대표 '다각도 리플레이' 도전장
'속도·영상 질' 두 토끼 잡은 기술 확보
고가의 장비 없이도 가능 '원가도 절감'

인천AG서 시범 적용, 폭발적 반응얻어
주요 방송사에 공급… 해외진출도 노크
스포츠 중심, 다큐·CF 등 진출 포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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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와 맞물려 스포츠 영상 산업도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그동안 단편적인 영상을 보여주는데 머물던 스포츠 분야가 순간의 장면을 다양한 각도에서 생생하게 재연해 내는 새로운 영상의 세계를 열고 있는 것.

성남 판교에 소재한 이에스엠연구소(포디리플레이 코리아)는 스포츠를 통해 더욱 많은 감동과 재미를 찾으려는 관객들의 요구에 부응해 선수들의 순간적인 모습을 360도 다방면에서 제공하는 솔루션을 개발해 국내·외에서 영상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선수들이 흘리는 땀방울의 흩날림, 경기 상황마다 달라지는 표정, 득점 장면과 홈런 장면 등 기억하고 싶은 찰나의 모습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4DReplay' 솔루션을 국내 최초로 개발해 서비스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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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era lens closeup
기술력에 있어서 단연 세계 최고를 자부하는 이에스엠연구소는 스스로를 '창조자'라는 생각으로 새로운 사업에 도전해 가고 있다.

이에스엠연구소는 지난 2012년 문을 열 당시만 해도 삼성전자 카메라 분야의 SI 사업을 수행하는 단계였다. SI란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인력을 파견해 제품 개발을 대행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만으로도 안정적 경영과 고정적 매출로 회사를 꾸려갈 수 있었지만 이에스엠연구소는 여기서 크게 한 걸음을 더 나아갔다. 정홍수 대표는 자체 솔루션 사업을 통해 회사의 미래를 열어간다는 비전을 수립했고, 게임에서 봤던 다각도 리플레이 장면을 현실에 적용시키기 위한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13일 이에스엠연구소에서 만난 정 대표는 "처음 SI 사업자로 시작했지만 이대로 시간이 흘러간다면 회사의 미래가 불투명하겠다는 판단을 했다"며 "우리 회사가 가장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아이템을 찾기 시작했다"고 창업 이유를 설명했다.

그가 사업의 방향을 돌리기로 결심했을 때 사내에서 많은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고 적잖은 반발에 직면하는 등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러나 그의 의지는 확고했고, 순차적으로 SI 사업을 줄여나가면서 타임 슬라이스 영상 솔루션 개발 및 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결국 많은 노력을 거쳐 이에스엠연구소가 개발한 '4DReplay '는 타임 슬라이스 영상을 만들어주는 솔루션으로 탁월한 기술력을 인정받는데 성공했다.

타임 슬라이스는 피사체를 향하여 다양한 각도로 복수의 사진 카메라를 설치해 순간적으로 동시 촬영한 뒤 컴퓨터를 활용해 피사체의 정지된 동작을 무비카메라로 찍은 듯이 보이게 하는 기법이다.

이 솔루션의 핵심은 '속도'와 '영상의 질'이다. 얼마나 빠른 속도로 영상을 처리할 수 있느냐와 소비자가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생생한 화질을 제공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인텔이 지난해 3월 이스라엘 스타트업을 인수해 이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이에스엠연구소는 인텔보다도 앞선 기술력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스타트업을 가다-정홍수 대표
정 대표는 효과적인 타임슬라이스 영상을 위해서 프로야구 한 경기를 기준으로 할 때 최소 30대에서 많게는 100대까지도 카메라를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5초 내외로 영상을 만들 수 있는 반면 경쟁사인 인텔은 120∼480초 수준"이라며 "고가의 하드웨어 장비를 통하지 않고 시중에 구할 수 있는 카메라와 독자적인 소프트웨어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원가도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시뮬레이션을 하기 위해서는 스튜디오를 설치해야 하는데 넓고 높은 사무실 공간을 찾는데도 힘이 들었다. 현재 자리 잡고 있는 곳도 과거 웨딩숍이었던 장소를 리모델링 한 곳이라고 정 대표는 귀띔했다. 그동안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와 경기콘텐츠진흥원 경기문화창조허브 등 스타트업 지원 기관의 도움도 받았다.

어렵사리 기술 개발에는 성공했지만 난관은 또 있었다. 사업 초기 계약에 까지 이르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 당시 국내에서는 4DReplay 기술의 가치를 미처 알아보지 못하고 사업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곳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기란 없었다. 여기저기 고객들을 찾아다니며 문을 두드렸고 데모 영상을 들고 방송국 등 스포츠 관련 업체를 만나러 다니는 것이 일상이 됐다. 결국 이에스엠연구소의 기술력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빛을 보게 됐다.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4DReplay 기술을 높이뛰기에 시범적으로 적용했다. 선수들이 폴을 넘는 역동적인 모습을 순간 포착해 360도로 보여주면서, 이 기술은 업계와 경기를 관람하는 시청자들로부터 적잖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KBSN 스포츠와 JTBC 등 방송사를 비롯해 프로야구 인천 SK 와이번스와 공급 계약 체결이 이어지며 회사 규모를 키워나갔다. 8월에는 일본 통신사인 KDDI로부터 창업 이래 처음으로 투자 유치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정 대표는 "기술을 개발하고 처음 판매가 이루어지는 시점에 국내에서 기술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심적으로 힘든 경우도 많았다"며 "이제는 국내외 업체에서도 그 보는 관점과 시각이 많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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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와이번스는 선수들의 활약상을 4DReplay를 통해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사진은 SK 박정권 선수의 150홈런 순간 리플레이 영상을 캡처한 것. /SK 제공

이에스엠연구소는 앞으로 직원들도 함께 늘려나갈 계획이다. 지난해 14명이었던 직원 수도 현재 24명으로 늘어났고 연말까지 30명 정도를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정 대표는 "우리 회사의 캐치프레이즈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것을 경험하게끔 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직원들에게도 누구를 따라가는 사람이 아닌 창조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스엠연구소는 이제 사업의 방향을 해외로 돌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에 법인을 설립해 해외시장 개척 노력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 구단인 니혼햄 파이터즈 등 해외 구단을 비롯해 미국 프로농구(NBA) 및 프로야구(MLB) 판독센터 등과 계약도 추진 중이다.

정 대표는 "VR, AR 등 최신 촬영 기술이 등장하고 있는 환경에서 4DReplay에 대한 문의가 늘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을 준비할 때부터 글로벌 시장을 개척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4DReplay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누구나 알 수 있는 회사로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스포츠 분야를 중심으로 해서 다큐멘터리와 CF, 드라마 등으로 분야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