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극에 풀어낸 신·인간 이야기
일렉트릭 사운드·굿장단 돋보여
인천시립무용단의 제81회 정기공연 '2017 만찬-진,오귀'가 지난 10~11일 인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지난 5월 부임한 윤성주 예술감독의 인천에서의 첫 창작 작품이다. 전통 굿 가운데 가장 극적 구성을 지녔다는 '진오귀굿'을 모티브로 신과 인간의 이야기를 무용극 형식으로 그려냈다. ┃사진
공연이 시작되기 전부터 관객을 자극하며 객석의 관심을 자연스레 무대로 돌리며 작품에 집중하게 했다. 인간이 지은 죄의 경중을 가린다는 10명의 시왕은 무대 위에서 입장하는 관객을 지켜보고 있고, 또 3명의 저승사자들은 객석을 배회하며 관객을 놀라게 했다.
죽음에 대한 슬픔을 다스리고 극복하려는 산자의 제의식인 '진오귀굿'을 소재로 다룬 만큼,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망자의 아쉬움과 망자를 보내지 못하는 살아있는 자의 복잡한 감정이 춤으로 묘사됐다.
시왕 앞에서 망자의 지난 삶을 펼쳐 보이던 왕무녀의 춤에 죽은자도 산자도, 객석의 관객도 가슴이 찡했고 무당들의 시원한 춤사위에서는 카타르시스도 느껴졌다.
작품을 완벽하게 소화한 임승인(망자)·김철진(산자)·배아란(왕무녀)·박성식(박수무당) 등 단원들의 흠잡을 데 없는 춤사위는 무용단의 엄청난 연습량을 가늠케 했다. 일렉트릭 사운드와 전통 굿 장단을 적절히 혼용한 음악, 이야기의 흐름을 잘 안내한 조명 등도 모두 작품을 돋보이게 했다.
윤 예술감독 부임 직전까지 인천시립무용단은 크고 작은 일들로 지역 무용계를 비롯한 외부의 우려 섞인 시선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공연을 통해 단원들은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그런 점에서 이번 공연은 무용단을 둘러싼 걱정과 우려를 씻어내려는 단원들의 하나된 의지가 담긴 제의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윤성주 예술감독 부임 이후 안정을 찾고 인상적인 공연을 보여준 인천시립무용단이 앞으로 보일 행보에 대해 인천시와 시민의 애정과 지원이 더 필요해 보인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