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 신춘문예]'1988년 시조 당선' 홍승표 시인 |
그날, 경인일보로부터 온 전화 한 통은 꿈을 이룬 날이기도 했다.
"고등학생 때 연세대학교 전국 남녀 문예콩쿨에서 시조로 장원을 했어요. 글 쓰는 일을 좋아했고, 공부도 해보고 싶었죠. 하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워 도저히 대학갈 수 있는 상황이 못됐어요. 그러던 중 공무원 시험에 덜컥 합격했고 그 길로 공무원이 됐지만 글을 쓰는 일은 결코 멈추지 않았습니다."
글 쓰는 재주 덕에 다행히(?) 공직 생활도 언론사에 보낼 보도자료를 쓰는 일부터 시작했다. "1986년에 처음 경인일보 신춘문예가 시작해 첫 해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조를 써냈는데 아깝게 최종 결심에서 떨어졌어요. 마침 다음해 대선이 한창인 때라 일이 비교적 한가해 틈틈이 시조 쓰기를 계속했죠."
신춘문예 당선작 '새벽, 숲길에서'를 완성해내기 위해 그는 동이 트기 전 광교산에 올라 시상을 떠올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공무원과 시인,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직업을 병행하면서도 그는 꾸준히 시를 썼다. 정식으로 글을 배운 적은 없지만, 글을 쓰는 일은 그의 일상이고 낙이었다.
"저는 오히려 글을 배우지 않은 게 더 잘됐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 글을 배웠다면 그 풍을 따라가느라 여념이 없었을 거에요. 그런 것에서 자유롭다 보니 생각나는 대로 자유롭게 글을 쓰고 즐길 수 있었어요."
그는 등단 때부터 지금까지 서정시를 고집했다. "경기도 광주 시골에서 태어난 촌놈이라 그럴지 몰라도, 자연에서 받는 대단한 영감을 바탕으로 서정시를 쭉 써왔어요. 나만의 생각, 나만의 개성이 담긴 글을 쓰도록 노력하세요. 인위적인 것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덧붙여 후배에게 당부했다.
"신춘문예가 대표작이 돼선 안됩니다. 많이 쓰고 많이 노력해야 합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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