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지식없어 분쟁개입 한계
지역 여건 '인력풀' 못갖춰
피해·가해학생 불신도 높아
결과 불복 재심 청구 폭증
학교는 민사 후속조치 진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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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안양 A초등학교에서 3학년을 맡던 교사 김모(26)씨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 위원으로 활동하던 중 학부모가 소송을 제기해 최근까지 시달리다 교편을 접었다.

학폭위 심의 결과에 대해 불만을 품었던 피해 학생의 학부모가 행정소송에 이어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 김씨는 현재 자신이 그리던 교육자로서의 모습에 대한 회의감과 함께 소송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폭력 사안을 전문적으로 다루지 않는 교사·학부모 등이 학폭위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어, 학폭위가 피해·가해 학생의 보호와 선도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확인됐다. 위원들 스스로도 불가피하게 '괴로운' 상황에 내몰리는 실정이다.

3일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초·중·고등학교는 학폭 발생 시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분쟁조정을 위해 학폭위를 구성, 5인 이상 10인 이하 위원으로 운영해야 한다. 이중 과반수는 학부모위원이어야 하며 나머지 위원의 15% 이상은 전문위원(변호사·의사 등), 교원 등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일부 전문위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법률적 지식이 없는 이들로 구성되면서 학폭위의 분쟁조정이 원활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 지역 여건에 따라 법률로 규정된 전문위원의 비율마저도 맞추지 못하는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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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양평·가평·연천 등 도농복합지역들은 인력풀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학부모, 교원, SPO(학교전담경찰관) 등으로만 학폭위가 구성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밝혔다.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안들이 형식만 겨우 갖춰서 진행되는 시스템인 것이다.

이 때문에 각 지역 교육지원청에서는 학폭위원에 해당하는 학부모와 교원을 상대로 연 2회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법률적 지식을 전달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반응이다.

고양의 B중학교 교사 신모(51)씨는 "역량 강화라는 취지 하에 교육을 한다고는 하지만 단순 매뉴얼 읽기에 불과하다"며 "가해·피해 학생 측의 법률적인 불신이 높아 조치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도내 학폭위의 심의 결과에 불복해 이뤄지는 재심 청구는 지난 2014년 273건에서 지난 2015년 273건, 2016년 415건으로 3년만에 50%이상 폭증했다. ┃그래픽 참조

재심 청구 대신 아예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허다하고, 학교와 교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벌이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소송 결과에 따라 '조치 무효, 위자료, 손해배상' 등 후속조치를 이행하느라 교육에 전념해야 하는 일선 학교의 존립 목적 퇴색이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 김경석 한국학교폭력상담협회장은 "학교 안보다는 밖에서 학폭위가 열려야 좀 더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박연신기자 juli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