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장안구의 한 중학교에서 상급생에 의한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했지만, 학교 측이 시험기간이라는 이유로 즉각적인 사안 처리를 미루다 피해자가 보복성 협박까지 당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다.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을 만나게 해서는 안된다'는 교육부의 학폭 처리 매뉴얼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이 안일하게 대응하다 화를 키웠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11일 수원 A중학교와 피해학생 B양 부모 등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B양은 SNS 메신저로 상급생 C양에게 욕설 섞인 협박을 당했다. 충격을 받은 B양은 곧바로 학폭신고센터(117) 상담요청을 통해 피해 사실을 알렸다.

이튿날 학교 측은 B양으로부터 피해사실확인서를 받았지만, 시험기간이라는 이유로 학폭 전담기구를 즉각 꾸리지 않고 사안 조사를 미뤘다. 그러면서 조사 전까지 가해학생 C양으로부터 보호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같은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당일 하교시간 B양은 친구로부터 "가해학생이 너를 X 패듯이 패기 위해 찾고 있다"는 보복성 협박을 전해 듣고 공포에 떨어야 했다. 이에 학교에 돌아가 2차 피해사실확인서를 작성하고 학교 측에 재차 조치를 요청했지만 담당 교사는 "시험이 끝난 뒤 조사하겠다"며 달래기에 급급했다.

학교 측이 안일하게 대응하는 사이, C양은 이튿날 점심시간 B양의 교실을 찾아와 욕설과 폭행을 가했다. B양은 거듭된 도움 요청에도 조치가 부실하자 3차 피해사실확인서 작성과 함께 경찰에 신고하기에 이르렀다. 학교 측은 그제서야 학폭 전담기구를 꾸려 사안 처리에 나서는 등 뒷북을 쳤다.

이같은 학교 측의 대응은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고, 가해학생과 만나지 않도록 하라는 정부의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 내용에도 위반된다. 결국 학교가 소홀히 대응해, 피해자가 보복을 당하는 상황까지 만든 셈이다.

보복 협박까지 했지만, 가해학생은 출석정지 처분만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B양 부모는 "올해도 학교를 같이 다녀야 하는 상황이어서 아이가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대해 학교 측은 "시험기간이었기 때문에 학폭 사안처리를 진행할 수 없었고 가해학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었기에 점심시간까지 학생을 감시할 수는 없었다"며 "현재 해당 사안이 종결됐으므로 더 자세한 사항은 밝힐 수 없다"고 해명했다.

/박연신기자 juli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