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혔던 학생에 훈계의 말
학폭위서 '욕설·위협' 반전
"인민재판 같았다" 억울함
학교 "교육청 지시" 답변회피
도교육청은 요청한 적 없다


학교폭력 피해자의 부모가 학교폭력의 가해자로 둔갑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학부모는 "아이를 보호하려다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해당 학교가 법률에 명시된 '학교폭력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 개최 요건을 어긴 채 학부모를 대상으로 학폭위를 열었던 것이 확인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31일 남양주 A초등학교에 따르면 지난 4일 A초교는 학부모 B씨를 가해자로 지목해 4명의 피해학생에 대한 학폭위를 개최했다. B씨가 가해자로 지목된 데는 다름 아닌 지난해 학교 폭력을 당했던 아들 C군 때문에 비롯됐다.

지난해 9월까지 C군은 학교에서 3명의 동급생들에게 지속적으로 학폭을 당했다. 이에 학교에서는 C군을 괴롭힌 학생 3명을 가해학생으로 지목해 학폭위를 개최했다. 학교에서는 이들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로 5호,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특별 교육 이수 또는 심리치료'라는 처분을 내렸다.

C군은 3명의 가해학생으로부터 공식적인 사과를 받지 못했다. C군은 학폭위가 개최된 이후에도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 C군의 어머니 B씨는 "아이가 멍이 든 채로 집에 오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아이는 머리에 유리 파편까지 박혀서 온 적도 있었다"고 울먹였다.

도저히 참지 못한 B씨는 길을 가다 아들 C군을 괴롭힌 아이들과 마주칠 때마다 C군을 괴롭히는 이유를 물으며 "괴롭히지 말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 같은 훈계는 B씨에게 '학폭 가해자'라는 학교 측의 어처구니 없는 반전으로 돌아왔다. 가해 학생을 상대로 '훈계 및 욕설, 위협적 행동을 했다'며 학교가 학폭위를 개최한 것. 학교 측은 B씨에게 "교육청의 지시로 개최하게 됐다"고 설명하며 '주의' 권고를 내렸다.

B씨는 "피해를 당한 학부모로서 가해학생과 얘기를 했다는 것만으로 중죄를 저지른 것이냐. 학폭위는 인민재판과 같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은 "교육청의 요청으로는 학폭위가 개최될 수 없다. 교육청이 요청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이 상황에 대해 답변을 회피하는 등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박연신기자 juli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