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어새 10년 갯벌인천·1]인천 지도를 바꾼 저어새

'기적처럼 튼 둥지' 날려선 안 되는 기회
저어새
세계적 멸종위기종 저어새가 남동산단 홍수 조절용 유수지를 번식지로 이용하는 것을 확인하게 된지 올해로 10년이 흘렀다. 이는 인천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사례를 찾기 힘든 경우로 인천 갯벌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해 준 계기가 됐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인천시 남동 유수지 인공섬에서 천연기념물 저어새들이 번식을 준비하는 모습.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2009년 남동유수지 번식 발견
송도갯벌, 습지보호구역 지정
"훼손 막아야" 매립계획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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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동산단 남측의 홍수 조절용 유수지에 멸종 위기종 저어새 번식이 확인된 것이 올해로 10년이 흘렀다. 전 세계 3천여 마리 중 80% 이상이 인천 갯벌과 안산 대부도 갯벌에 둥지를 틀고 있다.

저어새는 우리에게 '청정 갯벌'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다. 그런데 저어새의 먹이를 공급하는 갯벌은 점차 그 면적이 줄고 있고, 남은 갯벌은 도심에서 흘러온 오염원으로 병들고 있다.



송도 갯벌 앞 악취 나는 유수지에 '기적처럼' 보금자리를 마련한 저어새가 언제 떠날지 알 수 없다. 경인일보는 4차례에 걸쳐 저어새 10년을 되돌아보고 앞날을 모색하는 기사를 게재한다.┃편집자 주

연수구시민탐조모임 회원 김보경씨는 2009년 4월 22일 망원경으로 본 남동유수지 인공섬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저어새 4마리 중 2마리가 앉아있는 모습이 알을 품고 있는 듯했고, 나머지 2마리가 앉아 있는 저어새를 보호하듯 서 있었다.

몇 주 전 저어새 한 마리가 나뭇가지를 물고 날아가는 모습을 본 것이 떠올랐다. "저어새가 여기서 번식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야생조류협회, 인천녹색연합 측에서 남동 유수지로 달려왔다.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1급 저어새의 남동유수지 번식이 처음 확인된 순간이었다. 세계적 멸종위기종 저어새가 공단 유수지를 번식지로 이용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전국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환경단체 등의 저어새 보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송도 갯벌 매립 계획의 축소였다.

인천시는 남동 유수지에서 저어새가 발견된 이후인 2009년 12월 송도 갯벌을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송도 11공구 인근 3.61㎢와 6·8공구 인근 2.5㎢ 등 모두 6.11㎢ 규모다.

송도갯벌이 생태학적으로 중요하니 훼손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송도 갯벌 습지보호구역에는 송도 11공구 매립 예정지 중 2.53㎢가 포함됐다.

전체 매립예정면적 9.74㎢의 약 4분의1에 해당했다. 시는 2014년 송도갯벌습지보호구역을 매립하지 않기로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저어새가 송도국제도시의 매립계획, 더 나아가 인천시의 지도를 바꿔놓은 것이다.

인천녹색연합 장정구 집행위원장은 "저어새가 남동유수지에 터를 잡은 것은 인천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사례를 찾기 힘든 경우"라며 "인천 갯벌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해 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인천지역 7개 단체의 모임인 '저어새네트워크'는 저어새가 둥지를 튼 지 10년을 맞아 환영잔치를 남동유수지 탐조대 앞에서 열었다.

저어새에 관심있는 지역 주민과 학생 등 200여 명이 참석해 저어새를 관찰하고, 환경정화활동을 펼쳤다. 저어새에 보내는 메시지를 적어 나무에 거는 행사를 열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EAAFP(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 류영(59·홍콩) 사무국장은 "남동유수지 같이 멸종위기종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시민들에게 큰 행운"이라면서도 "한국은 이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이 습지가 왜 중요하고, 저어새를 왜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교육센터 건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정운·공승배기자 jw33@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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