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월, 작년 전체보다 260명↑
남북정상회담 개최로 '급증세'
적십자 인천지사 "화상상봉실
하루빨리 이용할 수 있길 바라"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이산가족 상봉 신청이 급증하고 있다. 인천지역 실향민들도 남북정상회담이 이산가족 상봉의 물꼬를 터 북녘의 가족을 다시 만나기만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23일 기준 올 1~4월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454명으로 지난해 1년 동안 신청한 194명보다 무려 260명이 많다. 이달에만 지난해 총신청자보다 많은 267명이 신청했다.

지역별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공개하지 않는 게 통일부 방침이지만, 황해도와 경계를 맞대고 있어 실향민이 몰린 인천지역 또한 상봉 신청자가 급증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천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3월 기준 4천794명이다.

이북5도 인천사무소 관계자는 "기존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하지 않았던 인천 실향민들이 신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남북정상회담 개최 영향으로 최근 이산가족 상봉 관련 신청과 문의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인천 실향민들은 유례없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남북 화해 분위기에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며 전쟁통에 헤어진 가족을 다시 만날 희망에 부풀어있다.

인천 부평구에 사는 황해도 연백군 출신 실향민 이병호(93) 할아버지가 그중 한 명이다.

이병호 할아버지는 한국전쟁 직후 북한의 정치적 탄압을 받자 황해도 개풍군에서 배를 얻어타고 볼음도(현 인천 강화군)를 거쳐 인천으로 피란했다. 황급히 피신하느라 고향에 부인과 두 아들을 두고 올 수밖에 없었다.

이병호 할아버지는 "당시 5살이던 첫째 놈이 '아빠'하고 외치던 게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며 "갓난아기였던 둘째 놈도 이젠 노인이 다 됐을 텐데 죽기 전에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 할아버지는 "남한에 내려와 새로 가정을 꾸리고 아들 하나를 뒀다"며 "북에 있는 아들들과 남에 있는 아들이 형제처럼 지내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소망했다.

인천지역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를 관리하는 대한적십자사 인천시지사 청사에는 남북 이산가족이 영상통화로 만날 수 있는 '화상 상봉실'이 마련돼 있다.

정부가 2005년 인천을 비롯해 서울, 부산, 대구 등 주요 도시에 설치한 화상 상봉실은 '남북 이산가족 화상 상봉'이 중단된 2007년 이후로 10년 넘게 방치되고 있다.

적십자사 인천시지사 관계자는 "이산가족 상봉이 재개된다면 언제든지 남북을 연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남북 이산가족이 하루빨리 화상 상봉실을 이용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