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기차는 KTX가 대세다.

KTX는 비싼 운임료에도 이동시간을 대폭 단축하고 증편을 통해 원하는 시간에 탈 수 있어 대중화가 됐다고 생각한다.

이런 KTX의 등장 이전에 우리 곁에는 새마을호라는 고급·특급기차가 있었다.

이 새마을호는 1969년 2월 10일 관광호로 운행을 시작해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1974년 2월부터 새마을호로 불리기 시작했고 이후 관광호, 특급열차 등으로 불리다가 1984년에 새마을호라는 이름으로 통일됐다고 한다.

과거에 관광호나 1980년대 새마을호를 타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그 당시로는 금수저라 보면 될 정도로 수준 높은 기차였다고 한다. 1970년대 초반 9급 공무원 초봉이 관광호 편도(?..) 운임 수준이었다는 기록도 찾을 수 있다(나무위키 참고).

나 또한 업무로 인한 출장, 여행 이외에도 집이 부천이고 직장이 수원이라 영등포역-수원역간 출퇴근을 위해 기차를 이용했던 사람으로 새마을호의 비싼 요금때문에 한 단계 아래인 무궁화호를 주로 탔지만, 어쩌다 새마을호에 올랐을 때는 넓고 쾌적한 공간에서 오는 만족감이 매우 높았다. 그리고 그 만족감은 지금KTX를 이용할 때보다 더 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런 새마을호도 기술의 발전과 시간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2013년 동력차 내구연한 만료로 2014년부터 순차적으로 운행구간이 단축되고, 올해에는 장항선(용산-익산) 구간만 운행하다 2018년 4월 30일 월요일 저녁 7시 25분 익산을 출발으로 밤 11시11분 용산에 도착함으로써 운행을 마감한다고 한다. 도착시간 11시 11분…. 마치 기찻길을 연상시키는 숫자의 배열은 마지막 운행을 마치는 새마을호에 대한 코레일의 배려가 있는 거 같기도 하다.

새마을호 운행 종료…. 나에게 익숙했던 것에 대한 또 하나의 이별이다.

개인적으로는 여행을 갈 때 버스보다 기차를 이용했을 때 더 추억에 남는 느낌이 있다. 이는 기차 자체가 갖는 낭만과 매력이 있다고 보며 말과 글로 설명할 수 없는 기차만이 가진 문화적 강점일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급변하는 시대에 과거의 추억이 깃든 것들과의 이별을 쉽게 받아들이기엔 마음이 편치 않다. (2004년 통일호 기차가 종료될 때는 지금보다 젊어서였는지. 별 감흥이 없었는데 말이다.)

앞으로 이별할 것들이 더 많을 텐데.. 새로운 것들이 주는 즐거움이 내 마음 속에 있는 추억을 대체하지 못하는 거다. 내가 추억 지향적인 인간이라 그런가? 아마 다들 그렇지 않을까?

마지막 새마을호는 용산역에 도착 전에 경기도권 역에는 밤 10시 11분 평택역을 거쳐 수원역을 밤 10시 37분에 출발한다. 이 기차의 좌석은 새마을호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 하려는 사람들로 일찌감치 매진이 됐다고 한다.

기회가 되면(30일 밤) 수원역으로 가 입석표 사서 마지막 새마을호 열차에 올라야겠다. 잘 가라는 인사를 할 겸…. 

/이남주 경기도청 문화정책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