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사색끝 '기억' 연작 완성
철저하게 '시'로서만 만날 수 있는 이가 있다. 독자와 가까워지겠다는 명목으로 SNS, 140자 글자에 매달리는 '대세'와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끊임없이 사색하고 생각 끝에 뱉어 낸 시어를 모아 시를 완성했다. 생각의 정성을 담은 그 시들이 모여 시집으로 탄생했다.
디스코팡팡 위의 해시계는 2008년 '문학과 사회' 신인상으로 등단하고 '피아노' '팅커벨 꽃집'을 내놓은 최하연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다.
시인은 의식하지 않아도 기억되는 기억들을 연작으로 묶어냈다. '벼락처럼, 이슬처럼/ 잠시 왔다가 떠내려가는/ 햐얀 손의/ 악몽 같은 것들도/ 이 바람 속, 이 아득한 물방울 속에서/ 다 잠들라'
굳이 시에 함축된 단어의 의미가 무엇이라 단정짓지 않아도 된다. 어느 시대나 지역에서도 금기는 있었고, 기억하지 않도록 강요받은 것들이 있다. 시인은 어쩔 수 없이 금기를 깨버린다.
'앞만 보고 가야지, 남은 것과 떨어져야 해' 우리의 생활이 속삭이는 소리를 부정한다. 시인은 몸과 같은 '시'에 기억해야 하는 기억을 새긴다.
그 작업의 고됨이 시집을 읽으며 오롯이 느껴진다. 최하연의 시집은 쉽게 만날 수 없기에 더욱 반갑다. 또 책방의 서가에 있을 때 가장 빛난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