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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연합뉴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일선 판사들을 사찰하고 재판까지 개입하려 한 것은 당시 사법부의 숙원사업이던 상고법원 도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것으로 해석됐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3차 조사한 대법원 특별조사단은 지난 25일 조사결과 보고서를 발표하며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판사사찰이나 재판개입 등을 시도한 정황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특별조사단은 이 같은 문제의 원인에 대해 "양 대법원장 임기 내에 달성할 최고 핵심과제로 2014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한 상고법원 입법 추진 과정에서 목표 달성에만 몰두해 수단·방법의 적절성에는 눈감아 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별조사단은 이같은 정황을 뒷받침하는 문건도 공개했다. 

2015년 3월 작성된 '상고법원 관련 BH 대응전략' 문건에는 상고법원 도입에 대한 청와대 협조를 얻기 위한 구체적인 접촉·설득 방안이 적혀 있다. 당시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을 접촉·설득하기 위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과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사건 등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검토 내용도 문건에서 확인된다.

2015년 7월 작성된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한 BH 설득 방안' 문건은 더욱 노골적이다. '박지원 의원 일부 유죄 판결'과 '원세훈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 등 여권에 유리한 재판 결과를 청와대에 대한 유화적 접근 소재로 이용 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향후 예정된 주요 정치인 재판도 청와대가 관심을 가질 것이므로 이를 상고법원 도입 설득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내용도 나와 있다.

특별조사단은 상고법원에 대한 집착은 법관 사찰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실제 상고법원 도입에 비판적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산하 소모임인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의 동향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한 문건이 2015년 7월부터 집중적으로 작성됐다.상고법원에 반대한 판사 개인의 동향도 감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별조사단은 상고법원 도입과 관련한 법원행정처의 판사사찰과 재판개입 정황 등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24일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관련 질문을 했지만, 양 대법원장이 거부해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이후 이달 24일에도 재차 질문했으나 양 대법원장이 해외로 출국한 관계로 답을 듣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양 대법원장을 상대로 다시 조사하거나, 검찰 고발을 통해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