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후 '경기도 경제행보' 변화예상
'서울 중심론' 뒤흔들려고 할 것
북부 개발 '新수도권경제지도'로
한국경제 중심부로 밀어 세울듯
인천, 곤경 안빠지려면 정신 차려야

경제전망대 조승헌2
조승헌 인천연구원 연구위원
바야흐로 세상은 본격적인 정치와 경제의 농사철로 접어들었다. 북미 정상회담, 판문점 선언과 한반도신경제지도로 개척해야 할 광활한 농경지가 생겨나고, 민선 7기 지방선거로 숱한 경제공약의 씨앗들이 뿌려지고 있다. 이들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풍성한 열매를 맺도록 물을 주고 김을 매줄 때가 됐다. 북한의 비핵화는 범세계적으로 정치경제의 판을 크게 바꿀 것이며, 남한은 수반되는 경제변화를 이끄는 실무적 주체가 될 것이다. 대한민국 경제의 중핵인 수도권경제가 이 판에 끼어드는 것은 자연스럽고 불가피하다.

봉생마중 불부이직(蓬生麻中 不扶而直)이라 했다. 굽어지기 쉬운 쑥도 삼밭 속에서 자라면 저절로 곧아진다는 뜻으로 친구나 환경이 중요하다는 경구로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이런 쑥의 적응을 생태 논리로 들여다보면 섬뜩한 경고와 맞닥뜨린다. 쑥이 위로만 커지는 건 생존을 위하여 햇빛을 두고 삼과 경쟁을 벌인 광경합(光競合) 결과이다. 이런 현상은 비탈지고 그늘진 산자락의 키 큰 상수리나무에 둘러싸인 소나무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몸피가 가늘고 우듬지만 무성한 채 하늘로만 뻗어있는 소나무들은 대개 오래가지 못하고 시들시들해져 고사목이 되는 경우가 많다. 살아있어도 소나무의 본성이 얼마나 있을지 안쓰럽기도 하고 재목으로 쓰기에도 부실한 것들이 태반이다.

선거가 끝난 수도권에 가장 커다란 변화가 예상되는 건 경기도가 보일 경제 행보이다. 수도권경제는 중심부, 부심부, 주변부로 나눌 수 있다. 중심부는 북으로는 서울의 중구와 종로구를, 남으로는 강남3구 지역을 두 축으로 하여 한강 인접 지역을 연결하는 거대하고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주변부는 수도권의 접경지역, 도서지역, 군지역의 대부분이며 부심부는 서울 일부와 인접한 경기의 위성도시, 대부분의 인천이라 하겠다. 민선 7기 서울 경제는 '굳히기와 추스르기'를 중심 개념으로 하면서 약간의 보여주기식 성과물을 내놓으려 할 것이다. 민선5기와 6기에 벌여놓은 사업을 마무리하거나 홍보를 강화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내실화 작업에 초점을 쏟을 것이다. 경기도는 공격적이고 선도적인 방식을 내세워 서울 중심론을 뒤흔들려 할 것이다. 접경지역이라 그동안 개발이 억제되어 잠재적 가치가 커다란 경기 북부가 변화의 중심 대상이 될 것이다. 남북경협과 한반도신경제지도를 경기도의 경제 혁신과 도약의 발판으로 설정하고 도정에 깊숙하게 들여놓고자 할 것이다. 경기도의 역할과 비중이 확 달라진 '신수도권경제지도'의 얼개를 초련하고 대한민국과 한반도 경제권에 '변방경기도'를 한국 경제의 중심에 밀어 세우는 작업을 도모할 것이다.

이런 경기도의 변방론은 신영복 선생의 변방창조론을 연상시킨다. 중심부는 기득권을 누리고 변화를 거부하는 속성이 있어 시대적 흐름에 따라 위상과 역할이 약해지기 때문에 시대를 바꾸는 창조의 원동력은 변방에서 나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는 하나의 조건이 필수적인데, 변방이 중심부에 대한 콤플렉스가 없어야 한다. 즉, 주체적이고 지금 자신의 역량을 객관적이고 적확하게 진단하여 걸맞은 행동을 하되, 미래지향적이며 변혁적인 열망을 가슴에 품어야 창조와 새역사의 주인이 된다는 말이다.

경기도의 열망은 가능할까. 지도자의 준비보다 핵심적인 것이 도민들의 마음일 것이다. 큰 배를 띄우려면 물이 깊어져야 하지 않겠는가. 인천은 어떠한가. 정신 차리지 않으면 서울과 경기도의 삼밭에 끼여 광경합을 해야 하는 곤경을 벗어나기 힘들 수 있다. 쑥이 될지 삼이 될지, 중심으로 뛰어오를지 변방으로 떨어질지 판단할 수 없는 지금 인천이 한 번쯤 상기했으면 하는 말이 떠오른다. "소농(小農)은 풀을 보고도 안 매고, 중농(中農)은 풀을 보아야 매며, 대농(大農)은 풀이 나기도 전에 맨다(서연 산문집, 오리나무 숲에는 하얀 바람이 산다 중에서)."

/조승헌 인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