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당화 해당화 명사십리 해당화야
한 떨기 홀로 핀 게 가엾어서 꺾었거니
내 어찌 가시로 찔러 앙갚음을 하느뇨.
빨간 피 솟아올라 꽃잎술에 물이 드니
손끝에 핏방울은 내 입에도 꽃이로다
바닷가 흰 모래 속에 토닥토닥 묻었네.
심훈(1901~1936)

한편 명사십리는 전북 고창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의 해수욕장으로서 백사장을 밟으면 모래우는 소리가 십리에 걸쳐 들린다고 해서 '울모래등'이라고도 한다.
명사십리에서 '한 떨기 홀로 핀' 가엾은, 이 꽃은 가시가 있어 그것을 건드리면 '빨간 피 솟아' 전설 속 아픔을 더해준다. '손끝에 핏방울'은 여자가 "바닷가 흰 모래 속에 토닥토닥" 묻어버린 연인의 숨결로서 '내 입에도 꽃'처럼 해당화 피어 '해변의 울음'으로 살아난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