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0여년전 홍수로 北서 왔다는 설
고향 연백의 암나무와 '부부 나무'
남북 어민들, 두 곳서 각각 풍어제
명맥 끊겨 '공동 학술연구'등 필요
인천 강화군 서도면 볼음도에 있는 수령 800년 추정 은행나무가 4·27 판문점 선언을 계기로 남북한 교류의 매개로 떠오르고 있다.
북한에서 건너왔다고 전해지는 이 은행나무와 관련한 학술적·문화적 연구를 남북 공동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강화 볼음도 은행나무는 800여 년 전 북한 연백지방(지금의 황해남도 연안군)에서 홍수가 났을 때 뿌리째 떠내려와 볼음도 어민들에 의해 심어진 나무로 전해지고 있다. 수령 800살 이상으로 높이는 24m, 둘레는 9m에 달한다.
민속적, 생물학적 가치가 높아 1982년 천연기념물 302호로 지정됐다.
은행나무는 암·수 구별이 있는 나무인데 볼음도 은행나무는 수나무라 열매가 열리지 않고, '고향'인 북한 연백에 암나무가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수령이 비슷한 북한 천연기념물 165호 연안은행나무와 '부부 나무'라는 설이 유력하다. 연안은행나무가 있는 연안군 호남리와 볼음도는 남북방향 일직선으로 정확히 연결된다.
남북한 어민들은 생이별한 부부 나무의 아픔을 달래고 마을의 평안과 풍어를 비는 풍어제를 두 은행나무에서 따로 지냈다고 한다. 이 풍어제는 1950년대 이후 명맥이 끊어졌다.
볼음도에서 나고 자란 강덕신(78) 할아버지는 "어렸을 때 제사를 지내는 것을 실제 봤는데, 어른들에게 들은 얘기로는 여기 숫놈이랑 연백에 있는 암놈이랑 맺어준다고 하더라"며 "6·25전쟁 나고도 하다가 언제부터인가 꽤 오래 전부터 안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섬 연구가이기도 한 강제윤 시인으로부터 최근 이 같은 사연을 접하고 과거 남북 공동으로 했던 풍어제를 복원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날인 음력 7월 7일(8월 17일)에는 볼음도 은행나무에서 관련 행사를 개최하기로 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헌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구전에 의하면 풍어제를 남북 공동으로 했다는 얘기가 있어 민관 공동으로 이를 재현하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남한의 일방적인 행사로만 그치지 말고, 북한과 함께 추진할 교류사업을 다각도로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목과 목재 문화재, 천연기념물 전문가인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는 "현재 두 나무의 이야기는 입으로만 전해질 뿐 학술적인 교류는 없어 북한의 자료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볼음도 은행나무의 꽃가루를 북한의 연안은행나무에 수분하는 행사 등 남북 평화시대를 맞아 상징성이 있는 교류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