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근현대에 끼친 영향력 외면
이념대립 탓 '인천시사' 이름 빠져
서울시의 기획전·강연회와 대조적
전문가들 "목록화 작업 우선"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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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판문점 선언을 계기로 인천 출신의 월북 문화예술인과 지식인 등의 재조명 작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남북 교류 사업을 통한 인천 출신 월북 인사들의 남·북한 행적 복원과 재평가가 시급하다.

만수대 대기념비 등 북한의 기념물 창작과 김일성 주석 동상 건립 사업에 대부분 참여한 인천 출신 조각가 조규봉(1917~?).

그는 일본에서 조각을 배우고 돌아와 서울과 인천을 오가며 작품활동을 하다 해방 후 1946년 월북했다. 평양미술대 교수로 일하는 등 북한 미술계에 큰 발자취를 남겼지만 인천에서는 낯선 이름이다.

이 외에도 인천을 무대로 활동한 소설가이자 언론인 엄흥섭, 평론가 김동석, 극작가 함세덕 등 인천 문학계 월북 인사들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한반도 문화예술계와 근현대사에 끼친 영향력과는 무관하게 좌우 이념대립에 의해 외면당해왔다.

실제 인천시는 인천시사(2002년 편찬 기준)에 수록된 '인천의 인물' 411명을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하고 있는데, 근현대사 인물 155명 중 이들처럼 인천을 무대로 활동하다 월북한 예술인들의 이름은 빠져 있다.

월북 인사들은 송영길 전 인천시장 재임 시절인 2013년 정명 600년 기념사업으로 발간한 '인물로 보는 인천사'에 제한적으로 소개될 뿐이다. 이마저도 이승엽, 현덕, 조규봉 등은 행적에 대한 논란이 많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서울 등 다른 지자체에서는 월북 예술인에 대한 재조명 사업이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3일부터 "한반도 평화 분위기 속 월북예술인을 재조명한다"며 기획전 '평양책방:책으로 만나는 월북 예술인들'을 서울시립도서관에서 열고 있다.

월북 예술인 100여명의 작품 250권이 도서관에 전시되고 있고, 관련 주제의 강연도 2차례 열렸다.

'평양책방'을 기획하고 소장 작품들을 공개한 북한 영화 연구자 한상언 박사(한상언 영화연구소장)는 "일제강점기 때 영화나 연극, 미술, 문학, 음악 쪽에서 크게 활동한 사람들이 월북과 동시에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며 "월북했다고 해서 없애거나 무시하면 안 되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행적을 정당하게 복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주요 인사, 예술인들 가운데 인천 출신들을 찾아 목록화하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김창수 인천연구원 도시정보센터장은 "일부 월북 인사들은 북한에서 남로당 계열 숙청 사건에 연루돼 남한과 북한 모두에게서 버림받은 비극적인 인물도 있다"며 "우선 북한의 예술사, 연감, 통일부 데이터 베이스 등을 참고해 목록화하고 평가절하 된 인물들부터 찾아봐야 한다"고 했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