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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태 정치부(서울본부) 차장
역대급 폭염이 한반도를 덮쳤다. 대한민국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올해 폭염은 한반도의 기상 기록에 '역대', '최초', '최고' 등의 단어를 새겼다.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 1일 오후 4시 36분께 양평의 기온은 40.1℃를 찍었다. 경기도 내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수원도 오후 1시 34분께 39.3℃를 기록하면서 1964년 1월 1일 관측 이후 최고기온을 경신했고, 이천(39.4℃)과 동두천(38.7℃), 파주(37.6℃) 등도 역대 최고 기온을 새로 썼다.

같은 날 서울은 낮 최고 기온이 38.8℃를 보였다. 1907년 기상청이 서울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후 111년 만에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그야말로 살인적인 더위였다. 아니 실제로 사람이 죽어 나가고 있으니 '재난'이 옳은 표현이다. 지난 5월 20일부터 8월 3일까지 열사병, 열탈진, 열실신, 열부종 등 온열질환을 호소한 국민은 2천967명이다. 35명은 목숨까지 잃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누진제 폐지 청원까지 등장했다.

정부도 폭염이 재난임을 인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연일 이어지는 폭염과 관련해 "폭염도 재난으로 취급해 재난안전법상 자연재난에 포함시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데 이어 지난 6일에는 가정의 전기 요금 경감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대통령의 의지를 받든 당정도 지난 7일 협의를 통해 전기요금 누진제를 7월과 8월 두 달간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폭염에 전기요금 폭탄으로 당장의 호주머니 사정을 걱정해야 했던 서민들로선 가뭄에 단비 같은 희소식이다.

그러나 말 그대로 '단비'다. 앞으로도 해마다 폭염이 지속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만큼 내년이 되면 또다시 전기요금 폭탄을 걱정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정부는 2015년과 2016년 전기요금을 한시적으로 인하한 사례가 있다. 특히 2016년에는 이례적인 폭염으로 누진제를 개편해 기존의 6단계 11.7배수의 누진 구조를 3단계 3배수로 완화하고 요금을 낮췄다. 2년 뒤인 올해 또 폭염이 찾아오자 다시 대책을 내놔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 때문에 국민들은 해마다 때가 되면 알아서 내려주는 '장마'같은 대책을 원한다. 정부의 발의든, 국회의원의 발의든, 어떤 형태로든 법으로 정해야 풀 수 있는 문제다.

최근 국회에서도 여러 건의 관련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7~8월 두 달간 폭염을 재난에 포함하는 내용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은 4건, 전기수요가 많은 시기 한시적으로 주택용 전기요금의 누진제를 완화·폐지하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개정안'은 4건이 각각 발의됐다.

이들 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을지, 아니면 단발성 발의에 그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구두선(口頭禪)에 그쳐선 안 된다는 것이 국민적 공감대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국민의 염원이 올해 누진제 완화를 이끌어낸 만큼 앞으로의 장기적 방안은 국회의 손으로 마련해야 한다. 해마다 성난 여론이 들끓고, 소모적 논쟁이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이제 국회가 답할 차례다.

/김연태 정치부(서울본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