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7일 버스정류장 쓰레기투기 (3)
쓰레기통 없는 버스정류장에 버려진 쓰레기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행인많은 전철역·버스정류장등
음료용기·과자비닐 수북이 쌓여
"쓰레기통 부족한 탓… 확충해야"

지자체 "가전제품등 무단투기 문제
관리 곤란… 시민의식 성숙 우선"


"밖에서 음료수 하나 사서 먹고 나온 쓰레기를 집까지 가져가야 하나요?"

2일 낮 수원역의 한 횡단보도 옆에 설치된 지상 변압기 위는 플라스틱 용기, 과자 비닐 등 온갖 쓰레기로 가득했다.

오가는 행인들이 손에 쥐고 있던 쓰레기를 하나씩 올려놓은 게 어느새 쌓여 버린 것이다. 인근에 설치된 지상 변압기를 확인해 본 결과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최소 한 개 이상의 쓰레기가 버려져 있었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버스정류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수원역 매산지구대 앞에 위치한 버스정류장에는 유동인구와 정류장 크기를 고려할 때 쓰레기통이 2개밖에 설치돼 있지 않아 승객들이 벤치에 각종 음료 용기를 버리고 타는 상황이 종종 목격됐다.

빈 캔을 손에 쥐고 있던 박모(45·여)씨는 "인근 편의점에서 음료를 사 먹고 이곳까지 오는 도중에 쓰레기통이 없어 별수 없이 들고 있다"며 "길거리 쓰레기통을 좀 더 늘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지난 1995년 쓰레기 종량제 시행 이후 길거리 쓰레기통이 줄곧 감소하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지만, 경기도내 지자체들은 "관리가 어렵다"며 길거리 쓰레기통 확충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수원시의 경우 현재 관내에 남은 길거리 쓰레기통은 47개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2010년대 들어 쓰레기통을 늘려달라는 민원에 확충한 양이다.

성남시는 지난해 관내 모든 쓰레기통을 철거했고, 화성시는 유동인구가 많은 버스정류장 등을 제외한 길가에 설치된 쓰레기통을 철거했다. 고양시 역시 과거부터 유지해온 쓰레기통을 감축할 계획이다.

이 같은 쓰레기통 감축은 표면상으론 쓰레기 종량제 시행이지만, 실상은 생활 쓰레기를 버리는 '얌체족'들 때문이다. 음식물 쓰레기는 기본이고, 가전제품도 쏟아져 나온다는 게 지자체의 설명이다.

화성시 관계자는 "최근에는 소형가전제품인 토스트 기계가 발견되기도 했다"며 "길거리 쓰레기통이란 의미가 퇴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수의 지자체 관계자들도 "사실 무단투기 문제가 쓰레기통으로 해결되는 건 아니다"라며 "시민의식 성숙 없이 길거리 쓰레기통을 무작정 늘릴 수는 없다"고 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