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00여 고려인, 연수구에 자리 잡아
건설현장·일용직 노동등 팍팍한 삶
"자녀교육 등 권익 높이기 힘쓰겠다"
"한국에 체류하는 이주민들의 낮은 목소리를 세상 밖으로 드러내 주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오는 17일 개소식을 앞두고 있는 디아스포라연구소의 박봉수(56) 소장(교육학 박사)은 "디아스포라의 도시라 불리는 인천에 사는 이주민과 한국 사회를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하고 싶다"며 "앞으로의 노력을 지켜봐 달라"고 각오를 밝혔다.
디아스포라(Diaspora)는 흩어진 사람들이라는 뜻의 그리스 말로 팔레스타인을 떠나 온 세계에 흩어져 산 유대인을 이르던 말이었다.
지금은 나라를 구분하지 않고 태어난 곳을 떠나서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 살아가는 사람들을 뜻하는 말로 광범위하게 쓰인다.
인천을 '디아스포라의 도시'로 부르는 이들도 있는데, 우리나라 최초의 공식 이민이 시작됐고 개항과 함께 외국인이 밀려들어 온 도시라는 등의 이유에서다.
디아스포라연구소는 3천여 명의 고려인이 살고 있는 연수구 연수1동 함박마을 가까이 '원룸촌'에 자리를 잡았다. 인근 선학동·청학동까지 합하면 4천500여 명의 고려인이 연수구에 살고 있다고 한다.
보증금이 필요 없는 작은 '원룸' 주택이 많은 이곳에 형편이 어려운 고려인들이 자리를 잡으며 커뮤니티를 이루게 됐다는 것이 박 소장의 설명이다. 한국에 거주하는 고려인은 건설현장이나 일용직 노동자 등 3D업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
디아스포라연구소는 당분간 한국에 거주하는 고려인을 위한 권익 증진 활동에 집중할 계획이다. 예를 들면 주변 초등학교에는 고려인 자녀들이 많다.
2개 초등학교에 200여명에 이르는 고려인 자녀들이 다니고 있다. 이들을 위한 한국어 강사를 구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언어 문제로 수업에 어려움을 겪는다.
고려인 자녀는 동포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가정이나 다문화가정 자녀들과 비교하면 돌봄 등의 혜택에 사각지대에 있는 경우도 많다. 고려인 4세는 지역아동센터 등을 이용할 자격이 없는 등 어려움을 겪는다. 박 소장은 "고려인의 권익을 높이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또 1945년 8월 15일 이전에 태어난 '사할린 영주귀국 동포'들의 이야기와 자료를 수집하는 '아카이빙' 활동도 진행할 계획이다.
박 소장은 "고려인을 비롯한 수많은 디아스포라가 한국 사회에서 진정한 이웃으로 대접받을 때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