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 손쉬운 '위조 신분증'… 눈 뜨고 코 베이는 어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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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SNS 통해 익명거래 성행
술집 등 제한업소 출입 탈선 악용
중범죄에도 처벌 수위 '솜방망이'
전문가, 학교교육·단속병행 지적

인천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거리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황모(35)씨는 '위조 신분증'에 속아 경찰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지난 5월 19일 오전 1시쯤 황씨는 가게에 온 남녀 손님 5명에 대해 신분증 검사를 하고 술을 팔았다. 술값을 내지 않고 도망가려던 2명을 112에 무전취식으로 신고했는데, 현장 출동 경찰의 신원 확인 결과, 2001년생 미성년자였다.

황씨는 "신분증을 확인해 얼굴과 사진을 비교했고 주민등록번호까지 확인한 뒤 이상이 없다고 판단해 술을 판매했는데 알고 보니 위조 신분증이었다"며 "신분증 위·변조가 정교해지다 보니 상인 입장에서는 확인하기가 어려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성년자에게 술을 제공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져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최근 트위터,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등 SNS를 통해 위조 신분증이 버젓이 거래되고 있지만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SNS에 '신분증 위조'를 검색하면 '신분증 위조전문업체 신용도 100% 신분증 10만원, 싸이패스 15만원'과 같은 판매 글부터 '여자 99·98·97 민증(주민등록증) 강남 직거래합니다. 위조도 상관없어요'라는 구매 글을 누구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경인일보 기자가 SNS에 올라온 위조 신분증 판매 글과 연결된 카카오톡 1:1 익명 오픈 채팅방에 들어가 구매 문의를 하자 1분도 지나지 않아 답장이 왔다.

"싸이패스 기계(신분증 위조 확인 기계)도 통과할 수 있느냐"고 묻자 "그렇다. 생년월일 앞자리만 받고 그때 태어난 사람 뒷자리를 사용해서 그 지문으로 등록해야 한다"며 "한마디로 한사람 주민등록증으로 두 개의 지문을 등록하는 거다. 지문도 데이터가 있어서 없는 생년월일로 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름, 한자 이름, 원하는 생년월일, 사진, 주소, 지문 사진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위조된 신분증을 구매하고 사용하는 것은 형법상 공문서 등의 위조·변조에 해당해 적발 시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SNS상에서 위조 신분증 구매·판매 글을 쉽게 발견할 수 있고 거래 과정도 익명으로 이뤄져 청소년들도 신분을 노출하지 않고 손쉽게 위조 신분증을 구입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미성년자들이 위조 신분증으로 술, 담배를 구입하는 것은 기본이고 숙박업소, 찜질방 등 출입이 제한된 곳을 드나들거나 유흥업소를 찾는 탈선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공문서를 위·변조해서 사용하는 것은 중범죄이지만 미성년자에게 적용하는 처벌 수위가 낮아 범죄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의 신분증 위조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학교 등에서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단속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몇 가지 과정만 거치면 위조 신분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행위가 공문서를 위조한 중대한 범죄인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법 교육을 진행하는 게 우선돼야 하고 단속기관에서 SNS 등 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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