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3001002242400107841.jpg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소속 전국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이 30일 오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비공개 토론회의에 검은색 옷을 입고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에서 모여든 4천여 명의 사립유치원 설립자와 원장들이 철통보안 속에 집단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교육당국의 사립유치원 감사 결과를 실명 공개하면서 불거진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는 유치원들의 집단 대응 여부에 따라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사립유치원장 모임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30일 오전 11시께부터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진행한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 대토론회'는 극도의 보안 속에 비공개로 진행됐다.

한유총은 이날 토론회에서 집단휴업 여부 등 향후 '행동계획'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토론회장 입구에서 신원을 이중삼중으로 확인해 사립유치원 설립자와 원장만 입장시키는 철통보안을 선보였다.

신원이 확인된 사람에게만 배포되는 한유총 로고가 새겨진 스티커는 4천 개가 준비됐는데 모두 동이 나 참석자가 4천명 이상임을 증명했다. 한유총측은 취재진 등 외부인사의 토론회장 출입을 완전히 차단했다.

이날 참석한 유치원 설립자·원장들은 모두 위아래 검은색 옷을 입어 토론회장은 마치 상갓집 같았다. 한유총은 전국 시·도지부장에게 토론회를 안내하는 '전언통신문'을 보내 참석자 옷을 검은색으로 맞춰달라고 주문했고, 이 같은 통신문에 참석자들이 거의 모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오전 10시 30분께 시작된 토론회장 입장은 1시간 넘게 이어졌다. 오전 11시께 토론회가 시작한 뒤에도 입장은 계속됐다. 토론회 시작 직후 토론회장에서는 박수 소리와 함께 "우리는 하나다" 같은 구호가 새어 나오기도 했다.

한유총 비상대책위원회 초청으로 강연한 이학춘 동아대 교수는 "사립유치원장들이 상당히 의욕을 상실한 상태"라면서 "유치원 상시 감시체제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임대료 수준의 유치원 건물사용료 지급과 시설 개보수 때 감가상각 인정, 잉여급 이월 허용 등이 이뤄지면 사립유치원장들이 에듀파인(국가회계시스템)을 받아들일 것"이라면서 "에듀파인에 (사립유치원들이 요구하는) 구분회계를 적용하는 것은 간단하다"고 말했다.

오후 늦게까지 이어진 토론회 결과 한유총이 집단휴업 등 '강경책'을 택하면 이번 사립유치원 회계 비리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전망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사립유치원 비리를 언급한 후 "불법적이거나 아이에 피해 가는 상황 벌어지면 단호히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관계부처장관 회의에서 "일부 사립유치원이 집단휴업까지 거론하고 있지만, 정부의 정책 방향에 변함이 없으며 학부모를 위협하는 어떠한 행위도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을 거듭 확인한 바 있다. 

/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