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에도 비슷했다. 서해훼리호 사고가 있고 1년 뒤인 10월 성수대교가 무너져 32명이 사망했고, 충주호 유람선에서 불이 나 30명이 물에 빠져 숨지거나 실종됐다. 그해 여름 '역대 최악의 가뭄'이 한반도를 달아오르게 했다.
충주 유람선 화재 사건이 나고 3일 뒤 청와대는 기자들을 상대로 '불상(佛像) 공개 행사'를 열었다. "개신교 장로인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청와대 뒤뜰 불상을 치우게 했고, 부처님이 노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는 말이 확산됐다.
민심이 흉흉했다. 외신도 이를 보도했다. 문민정부의 위기 국면이었고, 그 타개책으로 불상을 공개한 것이다. 당시 청와대와 언론은 이를 '루머', '풍문', '악성 소문', '유언비어'로 표현했다.
'유언비어의 진원을 철저히 추적해 발본색원하겠다!' 과거 군사정권 때 경찰이 하던 일이다. 언로(言路)가 막혀있던 시절, '바람처럼 떠도는 소문'의 힘이 컸다. 유비통신이라 부르고 카더라방송이라고도 했다.
정당성이 약한 정권일수록 소문을 경계하고 무서워하며 강하게 단속했다. 청와대 불상을 치웠다는 것은 허위조작 정보였다. 종교 간 갈등을 촉발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었다. '김영삼 대통령 때문에 사고가 난다'는 어처구니없는 말이 떠도는데 제대로 된 공론장 형성이 가능할 리 없었다.
요즘 말로 딱 떨어지는 '가짜 뉴스'다. 그래도 당시 문민정부는 이 가짜뉴스를 제작·유포자를 단속, 처벌하지 않았다.
/김명래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problema@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