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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엄앵란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신성일 씨의 빈소에서 조문객과 인사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영화계의 큰 별' 배우 신성일(본명 강신성일)의 빈소에는 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각계 인사와 시민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지난 4일 타계한 고인의 영정은 이날 오전 11시 40분께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빈소로 옮겨졌고, 정오께 부인 엄앵란 씨를 비롯한 유족이 입장했다.

가장 먼저 빈소에 도착한 조문객은 원로배우 최불암이었다. 오후 1시께 빈소를 방문한 그는 1시간가량 빈소에 머물며 고인의 넋을 기렸다.

최불암(78)은 "반짝이는 별이 사라졌다. 우리 또래의 연기자로서 조금 더 계셨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고 고인이 남긴 업적이 오랫동안 빛나기를 빈다"고 전했다.

최불암은 "신성일 배우는 굉장히 로맨틱한 존재였다"며 "쭉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을 맡아서 저희는 감히 엄두를 못 내는 존재였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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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배우 최불암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신성일 씨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길을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오후 빈소를 찾은 이순재(83)는 "60년대 영화의 획기적인 발전을 이룩한 거목이 한명 갔다. 이는 팬들이 다 기억할 것"이라며 "너무 일찍 간 것 같아. 조금 더 할 수 있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영화 '빨간 마후라'(1964), '폭군 연산'(1962) 등에 출연한 원로배우 신영균(90·신영균예술문화재단 명예회장)은 "(신성일씨는) 나보다 한참 후배지만, 저와 50년 이상 함께 배우 생활을 했다"며 "6개월 전에 폐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인연이 있는 공기 좋은 제주도에 내려와서 지내라고 했더니, 건강해지면 바로 오겠다고 했는데 끝내 오지 못했다"고 전했다.

신영균은 "배우라는 직업은 행복한 직업이다. 80년을 살다 갔지만, 영화 속에서 하고 싶은 것은 다 했다. 짧은 인생이었지만 행복했을 것"이라며 "이제는 천당 가서도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잘 지냈으면 좋겠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공동장례위원장을 맡은 배우 안성기는 이날 오후 8시 30분께 빈소를 찾아 "저에겐 특별한 기억이 있는 분"이라며 "제가 60년대 아역배우로 선배님과 활동했고, 그 모습을 지금까지 봐왔다"면서 "성인이 돼서도 80년대 좋은 영화 한 편을 같이 했다"며 고인과 추억을 되짚었다.

안성기는 "선배님은 60~70년대 지금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진짜 스타였다"면서 "그동안 무수히 많은 별이 있었지만, 그분의 별빛을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범접할 수 없는 분이셨다"면서 "빛은 졌지만, 우리들 마음에는 그 빛이 오랫동안 함께하리라 생각한다"고 추모했다.

김수미는 "당신(고인)은 천생 배우셨다"며 "불과 한 달 전 통화했을 때도 '수미씨, 나 괜찮아' 이러시면서 굉장히 자신하셨는데, 하나님께서 하늘에서 배우 하라고 그러셨나 보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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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지병으로 별세한 '국민배우' 신성일 씨의 빈소가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장례는 영화인장으로 치러지며 발인은 6일, 장지는 경북 영천의 선영이다. /사진공동취재단

빈소에는 선우용녀, 김수미, 박상원, 문성근, 임하룡, 이동준, 심양홍, 문희, 박정수, 조인성, 이동준, 한지일을 비롯한 배우와 배창호, 정진우, 이창동, 정지영 영화감독, 그리고 나종민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과 오석근 영화진흥위원장, 이용관 부산영화제 이사장, 방송인 임백천과 가수 인순이 등이 다녀갔다.

신성일과 세기의 결혼식 이후 다사다난한 부부 생활을 한 엄앵란 역시 "저승에 가서도 못살게 구는 여자 만나지 말고 그저 순두부 같은 여자 만나서 재미있게 전세계 놀러다니라고 이야기하고 싶다"며 
신성일을 애도했다. 

엄앵란은 "우리 남편은 영화 물이 뼛속까지 들었다. 까무러쳐서 넘어가는 순간에도 '영화는 이렇게 찍어야 한다'고 했다"며 "그걸 볼 때 정말 마음이 아팠다. 이런 사람이 옛날부터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 한국 영화가 나온다는 생각에 넘어가는 남편을 붙잡고 울었다"고 말하며 고인과의 마지막을 추억했다.

이어 "내가 존경할만해서 55년을 살았지 흐물흐물하고 능수버들 같은 남자였으면 그렇게 안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인의 영결식은 6일 오전 10시에 진행하며, 오전 11시 서울추모공원으로 고인을 옮겨 화장한다. 장지는 경북 영천의 선영이다.

/김지혜기자 keemjy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