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2년이 지났으나 정치는 촛불 2년 전과 판박이다. 촛불혁명은 국민을 배신한 지도자에 대한 탄핵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의 근본적 변화와 개혁을 요구했다. 결국 개혁은 국회에서의 제도화를 통해서만이 가능하다. 그러나 여야의 적대적 대립이라는 구조적 문제는 한국사회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치개혁특위의 가동을 계기로 논의만 무성한 선거구제 개편과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 등의 선거법 개정이 이루어질지 관심이다. 그러나 전망은 밝지 않아 보인다. 자유한국당은 다음 총선을 의식하여 보수통합론을 띄우고 있다. 바른미래당을 대상으로 하고 문재인 정부에 반대하는 세력의 중심이 되어 보수를 결집하겠다는 의도이다. 한국 정치에서 보수와 진보의 대결 구도는 정당체제내에서 의미있는 다당제의 형성과는 거리가 멀다. 다당제는 시민사회의 균열과 이해대립이 정당체제에 수렴됨으로써 과소대표되는 계층의 정치적 의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을 때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지금의 단순다수제와 소선거구제의 승자독식이 갖는 구조적 한계는 한국 정치의 적대적 갈등의 일상화를 초래했다. 시민의 정치적 의사가 비례적으로 반영되지 못한 결과 거대양당의 정당독점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여야 정당들의 정치개혁특위 위원들이 정해졌지만 벌써부터 활동 시한 연장 얘기가 나올 정도로 정당들이 적극적이지 않다. 사법농단 사건을 위한 특별재판부 구성 논란과 고용세습 등 채용비리를 둘러싼 국정조사 실시 여부 등을 가지고 여야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치중이다. 또한 국정감사 이후 예산 정국에서도 각종 현안에서 여야 충돌이 예상되는 상황이 더욱 전망을 어둡게 한다.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를 담보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제도의 도입은 결국 정치영역에서의 입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함으로써 주권자의 의사가 정당체제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선거구제 개편과 비례대표제의 강화에 여야 모두 명시적으로 반대하지 못하는 이유이다. 촛불 2년을 맞으면서 선거제도의 개편을 통한 정치개혁이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된다.

선거제도는 정치공학적 이해득실이 첨예하게 충돌하는 지점이다. 그럼에도 여야 정당이 이번만큼은 대승적으로 정치개혁에 임해야 한다. 촛불 2년 동안 과거 정치문법에 매몰되어 있는 정치권 모두가 새겨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