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 주요 언론이 잇따라 방탄소년단(BTS)의 일본 무대 취소 사건을 보도하며 관심을 보였다.
일본 극우 세력의 '혐한' 감정으로 불거진 사태가 오히려 세계가 한일 양국의 과거사를 주목하게 만드는 자충수가 되버렸다.
美 CNN과 英 BBC 등 외신은 9일(현지시간) "일본에서 가장 큰 방송사가 예정된 BTS 공연을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이번 일은 일제강점기, 세계 2차 대전 당시 한국과 일본의 역사 문제로 벌어진 일"이라고 비교적 상세히 다뤘다.
매체는 "한국은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일본에게 지배당했고 2차 세계대전 동맹군이 일본에 폭탄을 투하해 해방됐다"며 "수백만의 한국인은 일본의 점령으로 고통을 겪었으며 이들에 대한 치유 문제가 한일 관계에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자 폭탄 투하로 20만 명 이상이 사망해 이 문제에 민감하다"고 덧붙였다.
BBC도 'BTS 티셔츠: 일본 TV 프로그램이 원자폭탄 티셔츠로 BTS 출연을 취소했다'라는 제목을 쓰며 이번 사태를 주목하며 SNS 등 팬들의 반응 도 면밀히 살폈다.
BTS는 9일 아사히TV의 음악 프로그램 뮤직 스테이션에 출연할 예정이었지만 과거 BTS멤버 지민이 입은 티셔츠 문양이 논란이 되면서 일본인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아사히 측은 출연을 번복했다.
아사히는 성명서에서 "멤버 지민이 왜 이 셔츠를 입었는지 의도를 레코드 컴퍼니와 대화한 뒤 출연을 취소하기로 했다"며 시청자들에게 사과했다.
방탄소년단은 출연을 위해 8일 일본으로 출국할 예정이었으나 출연 취소 통보에 국내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민이 입었던 셔츠는 과거 나가사키 원자 폭탄 투하 사진과 독립 운동가들의 사진이 프린팅돼있으며 '한국, 해방, 우리 역사, 애국심'이라는 문구가 반복돼 있다. 해당 사진은 2013년 팬이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 '한국 알리미' 서경덕 성신여자대학교 교수는 이번 BTS 출연 취소 논란에 대해 "최악의 자충수"라고 글을 올렸다.
서 교수는 1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방탄소년단의 지민이 몇 년전에 입은 광복절 티셔츠를 두고 연일 일본에서 난리라고 한다. 일단 일본이 방탄소년단의 방송 출연을 막고, 극우 매체에서 이런 상황을 보도하는 것은 그야말로 '최악의 자충수'를 두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 교수는 "CNN, BBC 등 세계적인 언론에 이번 상황이 다 보도되면서, 오히려 전 세계의 젊은 팬들에게 '일본은 전범국'이라는 사실을 각인 시키는 계기가 됐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방탄소년단은 오는 13일과 14일 일본 도쿄돔을 시작으로 쿄세라돔 오사카, 나고야돔, 후쿠오카 야후오쿠돔 등에서 일본 투어 콘서트에 나설 예정이다.
/박주우기자 neoj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