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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상 험담 발단 친구 4명 폭행
가해자 폭행인정·사망무관 주장
정확한 사인 국과수에 부검 의뢰
청소년 범죄 처벌 강화 수면위로

인천의 한 15층 아파트 옥상에서 또래에게 집단폭행을 당한 중학생이 옥상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상에서 친구끼리 주고받은 사소한 험담이 발단이었다. 갈수록 흉포해지는 청소년 범죄에 대한 강력한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인천연수경찰서는 지난 13일 오후 6시 40분께 인천 연수구의 한 15층짜리 아파트 옥상에서 중학생 A(14)군을 폭행하고, 옥상에서 떨어져 숨지게 한 혐의(폭행치사)로 B(14)군 등 중학생 4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14일 밝혔다.

사건 발생 다음날 오전에 찾은 아파트 옥상으로 통하는 철문은 굳게 잠겨있었지만, 천장이 없어 문을 타고 옥상으로 어렵지 않게 넘어갈 수 있는 구조였다.

A군과 가해자 4명은 전날 오후 5시 20분께 이 철문을 넘어 옥상으로 들어갔고, 약 1시간 30분 뒤 A군은 아파트 화단으로 떨어져 숨진 채 발견됐다.

A군과 가해자들은 한동네에 사는 친구사이다. 이들은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에 살지 않았지만, 최근 수차례 이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 담배를 피운 것이 목격됐다고 관리사무소 관계자가 설명했다.

사건 당일에도 B군이 "전날 빼앗은 전자담배를 돌려주겠다"며 A군을 불렀다. B군 등은 A군이 SNS에서 B군 부모의 외모를 언급하며 험담을 했다는 이유로 집단폭행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가해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A군을 폭행하긴 했으나, 옥상 아래로 떨어진 것은 폭행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폭행을 당하던 A군이 스스로 뛰어내린 것인지, 폭행을 당하다가 떨어진 것인지, 사망 후 떨어진 것인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 중이다.

또 정확한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B군은 현재 가출했다고 신고된 상태로 또 다른 가해자와 집을 나와 생활하고 있었다.

A군은 학교 출석 일수가 부족해 이달 초 유급이 결정된 뒤 학교에 나가지 않았다. 학교 측은 결석이 잦은 A군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체험활동을 지원하는 등 각별하게 신경을 썼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가정에서도 사회적으로도 이들의 탈선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인천 여중생 사망사건'(8월 30일자 8면 보도)을 비롯해 올해 들어 잇따른 청소년 범죄가 주요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정부의 강력한 대책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전망이다.

'인천 여중생 사망사건' 관련해서는 형사 미성년자 처벌을 강화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제기돼 지난달 14일 참여인원 20만명을 돌파했고, 현재 청와대 답변이 대기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가해자들이 일부 폭행 사실은 인정했지만, A군이 옥상에서 떨어진 자세한 경위와 사망원인 등에 대해서는 계속 조사하고 있다"며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가해자들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