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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인천 부평역 승강장에 설치된 안내전광판에서 '불법체류 외국인 발견 시 법무부 출입국에 신고 (T.1588-7191)'라는 문구가 송출되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강력대책 발표뒤 잦은 '신분확인'… 무차별 단속에 공공장소 불안감
미등록 33만명, 전체 14% 수준… "일부 폭행당해, 강압정책 바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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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의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미얀마 출신 외국인 노동자 딴저테이씨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청의 단속을 피하려다 추락해 목숨을 잃은 지 두달이 지났다.

지난달 화성에서도 단속을 피하려던 외국인 노동자가 추락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잇따르지만 관계기관의 대책은 나오지 않고 '단속 강화'에만 치중하는 분위기다.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 실태와 단속 과정의 문제점 등에 대해 살펴봤다. → 편집자 주

'불법 체류 외국인 발견 시 법무부 출입국에 신고'.

경인전철 승강장 안내 전광판에 이런 문구가 10분에 한 번씩 송출되면서 A(32·인도네시아)씨는 지하철을 이용하는 일이 두려워졌다.

"승강장에서 열차를 기다리며 이 문구를 본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진 것을 느낀다"고 했다.

역사 안에서 마주친 경찰은 모두 그에게 '신분 확인'을 요구했다고 한다. 지하철뿐 아니라 공원, 대형마트 등 사람들이 몰리는 지역을 가는 일이 몹시 힘들고 견디기 어렵다.

'모든 외국인을 단속 대상으로 삼는 것'을 억울해 했다. 법무부가 지난 9월 불법 체류·취업 외국인 강력 단속 대책을 발표한 이후의 일이다.

한층 강화된 단속은 '미등록 외국인'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B(29·인도네시아)씨는 2015년 고용허가제로 입국했지만 '사업주 폭언'을 견디지 못해 직장을 옮기면서 미등록이 됐다.

사업주 동의 없이 직장을 옮길 수 없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최근 들어 주거지와 직장까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밀려드는 단속에 늘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은 지난 8월 말 기준 230만명. 이 중 미등록자는 33만명으로 전체 외국인 체류자의 14% 수준이다. 정부는 미등록 외국인 수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전보다 강화된 단속 정책을 펴고 있다.

특히 '국민 일자리 잠식 분야'로 건설업을 지목하고, 건설업 불법 취업자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적용하고 있다. 단속을 피하다 숨진 딴저테이씨 사례처럼, 위험 요인이 많은 좁은 건설 현장에서 쫓는 단속원과 쫓기는 외국인 사이 사고도 적지 않다.

C(62·필리핀)씨는 "예전에 같이 일하던 필리핀인이 단속원에게 폭행당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단속은 할 수 있으나 폭력은 없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이주인권센터 관계자는 "미등록 노동자라고 해도 10년 이상 한국에서 아무 죄 없이 사는 사람들의 인권문제도 중요하게 생각해봐야 한다"며 "강압적 단속을 중심으로 한 미등록 노동자 정책은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정운·김태양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