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추시대 노나라 대부(大夫) 변장자(卞莊子)는 여관에서 일하는 아이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었다. "호랑이 두 마리가 소를 잡아먹으려고 하는데, 소고기를 먹어 보고 맛이 있으면 반드시 다툴 것이고, 다투게 되면 반드시 싸울 것이며, 싸우게 되면 큰놈은 다치고 작은놈은 죽을 것이니, 다친 놈을 찌르면 죽은 놈까지 더해 호랑이 두 마리를 단번에 잡았다는 소리를 듣게 될 것입니다." 실력이 비슷한 둘을 서로 싸우게 해 둘 다 얻는다는 변장자자호(卞莊子刺虎), 이호경식계(二虎競食計)는 여기서 유래됐다.
정치판에는 상대들의 갈등을 조장해 서로 싸우게 함으로써 이득을 취하는 계략들이 많다. 이이제이(以夷制夷)도 그렇다. 오랑캐로 오랑캐를 친다는 이이제이는 이쪽 적을 끌어들여 저쪽 적을 공격하게 하는 분열책이다. '남의 칼(힘)을 빌려 사람을 죽인다'는 차도살인계(借刀殺人計)도 모두 상대끼리 의심하게 하여 자중지란을 유발하는 고도의 책략이다. 방휼상쟁(蚌鷸相爭), 어부지리(漁父之利), 일거양득(一擧兩得)도 마찬가지다. 이 모두 이간계(離間計)의 범주에 포함된다. 손자병법의 저자인 손무(孫武)도 '말 몇 마디로 상대를 갈라놓는 이간계가 적을 이기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고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경선을 앞두고 문심(文心)을 들고 나온 전해철 의원과 갈등을 빚던 지난 1월 15일, 성남시장 신년기자 간담회에서 "전통적으로 전략 중에서 가장 돈 안들고 효과적인 전략이 '이간계' "라며 "내부분열을 야기하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전술이다. 이간계 전략에 놀아나지 않는 게 중요하다. 하나의 팀으로 서로를 격려하고 작은 차이를 인정하고 더 큰 목표를 향해 협력해 나가는 그 중심에 나도 있다. 우리는 하나의 팀"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 지사가 지난 25일 검찰 출석에 앞서 또 다시 '이간계'를 들고 나왔다. 페이스북에 이른바 '혜경궁 김씨' 사건의 본질을 '이간계'라고 지적한 것이다. 이 지사는 "검찰제출 의견서를 왜곡해 유출하고 언론플레이하며 이간질에 앞장서는 사람들이 이간계를 주도하는 사람들이며 이들을 밝혀내는 것이 '트위터 계정주' 사건의 본질이자 핵심"이라고 밝혔다. '이간계'가 뛰어난 지략이라 해도 이는 정치의 올바른 도(道)가 아니다. 이간계를 잘못 쓰면 패착의 길로 가는 경우가 더 많다. 이번 사태를 경기도민은 냉정한 눈으로 지켜 보고 있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