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권/문화의거리 준공 20년
부평의문화의 거리는 각 계절마다 거리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다. 올해 9월 야간 쇼핑족을 위해 진행된 '나이트 플리마켓'. /부평문화의거리 상인회 제공

50년대 역~시장로터리 자생 시작
1996년 노후화 정비 필요성 제기
건물주·세입자 한뜻 발전위 구성
차없는 거리·평리단길·잇단 축제
고객 맞춤 '즐기는 쇼핑공간' 정착

부평역부터 부평시장 로터리 일대에 형성된 '부평 문화의 거리'가 올해로 설립 20주년을 맞았다.

100여 개 상가가 밀집해 있는 이 거리는 1998년 이후 확장을 거듭했고 최근엔 '평리단길'이라는 별칭까지 생긴 '카페 거리'가 생겨나는 등 고객들의 요구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이 일대는 1950년대부터 상인들이 모여서 장사를 하기 시작하면서 자리를 잡았고, 이후 의류 상점 등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부평의 대표적인 번화가로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노점상이 많고 건물 등이 노후화되면서 정비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당시 건물주 등을 중심으로 1996년 '문화의 거리 발전 추진위원회'가 구성됐고, 1998년 거리 정비 사업 등을 골자로 한 '부평 문화의 거리 조성사업'이 완료돼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문화의 거리 조성사업에 대해 부평 상인들은 전국 최초로 지역 상인들이 주도적으로 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한 '마을 공동체 사업'이라고 강조한다.

이 때 난립하던 노점상이 정비됐고 건물 노후화와 함께 정비되지 않아 쓰레기와 차량 등으로 지저분했던 거리는 보행자를 위한 '차 없는 거리'로 조성됐다.

부평 문화의 거리에서 25년 이상 장사를 한 김문곤(60) 상인회 고문은 "부평 문화의 거리는 지자체 등 관(官) 주도가 아닌 상인들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거리를 바꾸기 위해서 노력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건물주, 세입자, 노점상 등 지역 발전을 원하는 이들이 모여 발전 방안을 모색했고, 그 결과 현재의 모습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주변에 백화점과 아웃렛 등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상권 침체가 우려됐고, 상인들은 고객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쳤다.

2007년부터 녹지 공간 마련을 위한 한 평 공원 조성, 자전거 거치대 설치 등 다양한 활동을 상인들이 직접 추진했다. 2013년에는 전통시장으로 등록하면서 다양한 사업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인천권/부평문화의거리 조성 20년
1998년 부평문화의거리 준공식 모습. /부평문화의거리 상인회 제공

부평 문화의 거리는 지난해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선정되면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밤에 찾는 쇼핑족을 위한 '나이트 플리마켓'은 9월에 열린다.

행사 기간에는 가족단위 고객을 위한 디저트존과 쉼터 등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인천 청년들을 위한 가요제인 '네 꿈을 불러라! 부평M스타가요제'는 올해로 3회째를 맞고 있다.

매년 100여 팀이 참가하는 등 지역 청년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겨울에는 부평크리스마스 축제 등이 열리는 등 단순 쇼핑 공간을 넘어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장소로 변모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서울 경리단길의 이름에서 따온 '평리단길'이라는 애칭이 붙은 거리가 생겨났다. 개성있는 카페가 밀집해 있어 젊은 연인 등의 데이트 장소로 호응을 얻고 있다는 것이 상인들의 이야기다.

김문곤 고문은 "젊은이들이 찾지 않는 상점은 결국 쇠락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 면에서 최근 부평문화의거리에 30대의 젊은 사업가들이 속속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은 굉장히 긍정적인 현상이다. 앞으로도 부평 문화의 거리가 인천뿐 아니라 수도권의 대표 명소가 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 지하도상가 등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