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새 학폭위 개최수 두배 급증
일많고 항의·소송 위험 '3D업무'
학교 지원자 없어 구인난 골머리
교체도 잦아 전문성 저하우려도
교사들의 학교폭력 업무 기피 현상이 심각하다.
학교폭력 업무는 업무 강도가 높고 성실히 업무를 처리해도 가·피해자 학부모로부터 항의에 시달리거나 소송을 당하는 경우도 많아 교사들사이에서는 기피대상 '0'순위, '3D 업무' 등으로 불린지 오래다.
12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 개최 건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학교 폭력이 발생했을 때 당사자를 조사해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 학생을 보호·치료하는 학교 내 법정기구인 학폭위는 학폭 담당 교사들이 가장 버거워하는 업무 가운데 하나다.
학폭위 개최 건수는 2014년 972건에서 2015년 1천227건, 2016년 1천323건, 2017년 2천6건 등으로 3년 사이에 2배 이상 증가했다. 5년간 발생한 학교폭력 발생건에 비해 회의 건수가 크게 늘었다.
단순 놀림이나 새치기 등 예전 같으면 눈감고 넘길 사소한 일조차 학부모들이 학폭위 개최를 요구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업무량도 급격히 늘고 있다는 게 학폭 담당 교사들의 설명이다.
학폭위가 열리면 담당 교사가 생산해내야 하는 문서가 최소 13종에 달하고, 많게는 30건에 이르는 서류를 작성해야 한다. 장시간에 이르는 회의결과를 정해진 처리 시한내에 문서로 남겨야 하는 탓에 야근을 피할 수 없다.
최근까지 학교 폭력 업무를 맡았다는 한 중학교 교사는 "사안 처리를 위해서는 당사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수업권을 보장받아야 하는 학생들을 수업시간에 부를 수도 없어 곤혹스럽다"며 "수사나 신문 방법 등을 배우지 못한 교사가 경찰의 역할까지 해내야 하는 것도 곤욕"이라고 말했다.
학교 관리자들도 지원자가 없다 보니 학교 폭력 담당자 교사를 구하느라 골머리를 앓는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워낙 힘든 업무이다 보니 인사권자로서 찍어 누를 수도 없다"며 "1년만 근무하면 원하는 부서나 학년으로 바꿔준다는 약속을 해도 못 하겠다고 버티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매년 학폭 담당 교사가 바뀌다 보니 학교 현장에서는 업무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학폭 담당 교사 구인난이 심해지면서 기간제 교사나 연차가 낮은 교사에게 떠넘기는 경우도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승진가산점이나 수업시간 경감 등의 혜택을 주고 있지만 이러한 인센티브로는 학폭 담당 기피 현상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제도 개선 등을 통해 승진이나 수당 등의 혜택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학교폭력 업무 잘해야 본전"… 인천교사들 기피현상 커진다
입력 2018-12-12 21:56
수정 2018-12-12 21:56
지면 아이콘
지면
ⓘ
2018-12-13 8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