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300만·넷째 500만·다섯째 1천만원
출산율 높이기위한 지급액 상향 조정도
'아이낳고 키우기좋은 환경만들기' 최선

사실 60∼70년대 시골에서 자라난 세대라면 이 속담의 의미를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 시골은 온 마을이 많은 것을 함께 나누고 도와주는 공동체였다. 잠깐 집을 비우고 외출이라도 할 때면 아이도 옆집에서 돌봐주곤 했다. 하지만 생활방식이 바뀌고 시대가 변하면서 육아 문제는 오롯이 부부의 책임으로 남게 됐다. 더욱이 육아는 여성의 몫이란 인식이 여전히 강해, 아이를 키우기 위해 퇴사해 직장 경력이 단절된 여성인 '경단녀'란 말까지 생겨났다.
가뜩이나 경제사정도 좋지 않은 데다 육아 문제까지 신경을 쓰려니 신혼부부 사이에선 출산기피 현상이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다. 최근 통계청장이 언급했지만, 대한민국은 올해 합계출산율이 1.0명을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 합계출산율이 1.0명 이하로 떨어진다면 이는 세계 최초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최하위의 출산율을 기록하게 되는 것이다.
꼬일 대로 꼬여있는 육아 문제를 지자체 차원에서 먼저 풀어보자는 취지로 지난 7월 취임 이후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게 '아빠육아휴직 장려금'정책이었다. 남성의 육아 참여 분위기를 확산하고 지역사회에서 출산장려 분위기를 조성해보겠단 욕심에서 출발했다.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있던 독박휴직 문제부터 해결해야겠단 생각이었다. 이를 위해 구의회의 의결을 거쳐 육아휴직 남성을 대상으로 월 50만원의 장려금을 제공하기로 했다. 지원남성은 최대 6개월간 300만원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전국 지자체로는 처음 시도한 정책이었다. 올해 중에는 남성 육아 휴직자 장려금 예산 1억 원을 편성해 더 많은 지역 부부들이 혜택을 보도록 할 계획이다.
육아 문제와 함께 출산율을 높이는 것도 우리 사회에서 머리를 맞대고 함께 풀어야 할 과제다. 며칠 전 한 TV 오락 프로그램에선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내놓는 자리에서 여성 게스트가 밤 9시 이후에는 모든 전기를 다 꺼야 한다는 제안까지 내놓았다. 우스갯소리로 한 말이었겠지만 우리나라 출산장려 정책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아 뒷맛이 씁쓸했다. 지난 7월 취임 이후 육아뿐 아니라 남동구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대책도 함께 추진해왔다. 이러한 노력은 최근에서야 출산장려금 지원에 관한 조례를 개정하는 결실로 나타났다. 남동구는 올해부터 둘째를 낳으면 기존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셋째는 1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출산장려금을 대폭 늘렸다. 또 넷째와 다섯째는 각각 500만원과 1천만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민선 7기 취임 초 출산장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다며 주민들에게 약속했던 것을 반년 만에 지킬 수 있게 돼 다행으로 생각한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육아 휴직자 중 남성 비율은 2008년 1.2%에 불과했으나 2017년에는 13.4%로 상승했다. 하지만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86.6%로 남성의 6.5배에 달할 정도로 여전히 높다. 더욱이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육아휴직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해 이들에겐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육아는 남편 또는 아내 혼자서 떠맡아야 하는 게 아니라 부부가 함께 분담해야 할 문제다. 여기에 지역사회와 정부도 일정 부분 책임을 지고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 이런 여건이 두루 갖춰졌을 때 비로소 출산율도 늘고 회사 눈치 안 보고 육아휴직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하루빨리 우리 사회에서 '독박육아' 대신 '동반육아'란 말이 정착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강호 인천광역시 남동구청장